그동안 국회의원들에게 ‘제2의 월급’처럼 지급돼온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목소리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제도 개선’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에 참여연대가 당장 반납를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활비 폐지와 2014년 이후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특활비란 수사 기밀상 불가피하게 집행돼야 할 예산인데 국회는 이러한 예산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 특활비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국가의 예·결산을 심의하는 기관인 국회가 정작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자신들의 관행에는 눈 감아온 것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지만,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집행의 투명성을 개선할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올해부터 특활비 지급을 당장 중단하고, 이후 국회 특수활동비 편성 폐기 △국회사무처가 2014년 이후 특활비 지출 내역을 지체 없이 공개 △국회 특활비를 가장 많이 받는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특활비 반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국회 특활비 폐지를 당론을 모으는데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 9일 오전 참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기자
9일 오전 참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기자
지난 5일 참여연대의 국회 특활비 실태 공개 후에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특활비는 여전히 필요하다며 폐지가 아닌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매우 실망스럽다”며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현행 국회 특활비 지출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수준에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특활비를 생활비로 유용했다는 고백이 있었던 2015년에도 국회는 특활비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공청회 한 번 연 것이 다였다. 국회는 또다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료에 따르면 매월 5일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2600만 원 정도의 특활비가 지급된다. 그리고 상임위원장에겐 15일 전후로 600만 원 이상이 지급될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문제점을 말하는 와중에도 혹시나 국회가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들에게 특활비를 준다면 불합리하고 뻔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국회는 이달부터 특활비 지급을 당장 중단해야 하고 지난달까지 지급된 것 중에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들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돈은 당장 국민에게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특활비 자체가 기밀수사와 정보수집에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기에 영수증 증빙을 예외로 해주는데, 국회가 특활비를 계속 사용하면서 증빙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말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만약에 영수증 증빙하고 내용을 투명하게 하려면 특활비 자체를 폐지하고 일반예산으로 편성하면 된다. 그런데 굳이 특활비를 유지하면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히 60% 정도로 확인되는 급여성 경비에 대해서는 당장 지급을 중단해야 하고 가을에 편성하는 예산안에서 빼야 하는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국회 특활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기 위해 의원별 구체적 지급 실태를 알리고,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특활비 폐지 찬반 입장도 물을 계획이다. 아울러 국회 특활비 폐지 촉구 서명과 국회에 항의 메시지 보내기 시민항의행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국회를 비롯해 정부 기관 특활비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감사원의 특활비 집행내용확인서 생략 규정 폐지 등을 통해 특활비 책정과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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