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북측으로부터 방문 초청장을 받고 통일부 승인을 거쳐 방북해 ‘남북언론교류협의’와 ‘평양지국 개설’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남북 언론의 오보를 막는 중재기구 설치 여부에도 관심을 모은다.

남북관계 개선에 언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남북이 서로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자는 취지다. 남측 언론이 평양지국을 개설하는 것 자체로 남북언론교류의 진전이지만 잘못된 언론 보도를 바로잡는 기구를 만드는 것도 서로의 불신을 줄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된다는 것이다.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이미 6·15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남북언론교류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안서를 통해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언론교류 사업 제안 중 하나로 남북언론중재기구(가칭) 신설을 제안했다.

남측 언론본부는 “오보방지, 반론보도 등 남북 언론의 불신을 제거하고, 상호 신뢰성, 사실보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적 보도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별도의 ‘남북 언론 중재를 위한 공동기구’(가칭) 마련을 상호 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안은 지난달 20일 6·15 공동선언남측위원회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6·15 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에 참석해 제안했다.

남측 언론본부 정책위원회는 별도로 “남북 언론 중재 기구(안) 발족 추진 제안문”까지 만들어 기구 결성에 의지를 나타냈다.

남측 언론본부 정책위원회는 제안문에서 “남북주민이 정확한 상대지역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남북언론보도에 대한 중재와 정정보도 체제를 만들 것을 제안코자 한다”며 “현재 남북 언론은 상대방의 언론보도에 대해 그 진위여부가 문제가 될 경우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판문점 선언 이행에 크게 역행 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남측 언론들의 북한 관련 보도는 오보로 몸살을 앓아왔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는 국정원의 국회 비공개 현안보고가 알려지자 언론은 대대적으로 받아썼지만 언론 보도 다음날 현영철 부장은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8월엔 TV조선이 현송월 단장이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지만 오보였고, 최근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진에 비자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 오보 논란이 일었다.

남측 언론본부 정책위원회는 “현재 남측 언론의 대북 보도를 보면 취재나 확인절차 등의 방법이 막혀 있어 오보, 왜곡보도, 심지어 가짜뉴스 등의 진위를 신속하게 밝히거나 시정할 방법이 전혀 없다. 북측언론의 남측에 대한 보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향후 판문점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을 밝히거나 신속하게 시정 조치할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이를 6·15 언론본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모두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의 정정이나 사과보도 등을 촉구할 시스템을 협의해 만들고 구체적으로 남북언론중재기구(가칭)를 신설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 지난 5월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 5월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측 언론본부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통일부 교류협력담당자는 남북언론중재기구(가칭) 신설이 현행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 정책위원회는 “통일부가 그 기구, 즉 가칭 남북언론중재기구 발족을 위한 사업승인신청서를 접수해 심의하면 국가보안법 7조에 저촉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남북언론교류는 지난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물꼬를 트고 ‘남북언론기관 공동합의문’을 만드는 성과를 냈다. 2005년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6·15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언론교류 공식 창구가 됐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실무접촉이 중단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남북언론교류를 포함해 민간 남북교류를 모두 중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남북언론교류의 첫 성과는 JTBC 보도진의 방북 결과에 달려있다. 9~12일까지 평양을 방문하는 JTBC 보도진이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방송관계자들을 만나 평양지국 개설이라는 성과를 가져오면 남북언론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다. 현재 평양에 지국을 설치하고 취재 중인 나라는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가 있다.

고승우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미디어가 중요하다. 남북 모두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 앞으로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남북언론중재기구와 같은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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