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N지부(지부장 나석채)는 지난 5월 유튜브 계정 ‘MBN노조’를 만들었다. ‘노조가 만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리는 영상에 벌써 인터뷰이 11명이 출연했다. 자사 기자·PD뿐 아니라 사옥 내 커피숍 점장, 지하 구내식당 매니저 등 MBN 구성원들이 일상으로 마주치는 이들까지 인터뷰했다.

나 지부장은 지난 5월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MBN 초창기 여러 분야 구성원들 간 융합이 잘되고 친근하게 지냈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서로를 잘 모르게 됐다. 소통하는 창구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고 나아가 MBN 대표까지 방송에 출연시켜 소통하도록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범기 지부 사무국장은 5일 “노조원들에 친숙한 채널을 통해 우리 발언권을 더 확보하고자 한다. 기존 노보 형식은 만들기 어려운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유튜브는 신속하게 사내 현안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나석채 언론노조 MBN지부장(왼쪽)과 윤범기 사무국장이 지난 5월 MBN지부 유튜브 채널 ‘MBN노조’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MBN지부 유튜브 채널
▲ 나석채 언론노조 MBN지부장(왼쪽)과 윤범기 사무국장이 지난 5월 MBN지부 유튜브 채널 ‘MBN노조’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MBN지부 유튜브 채널
지난 1월 출범한 6기 MBN지부는 ‘노조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 노조 집행부는 작년 말 단행됐던 ‘자회사 분사’를 막아내지 못했다. 영상취재부, 미술부, 영상편집부, 기술부 등 4개 부서가 자회사로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조를 믿지 못한 분사 대상자들이 변호사를 직접 고용하는 등 법적 대응을 자체 모색하기도 했다. 자회사 분사는 기술국 출신 나 지부장이 노조위원장 경선에 나선 이유였다. 나 지부장은 그간 불투명했던 노조 회계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번 유튜브 활동도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받았던 과거를 청산하려고 구성원 간 소통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한 조합원은 이런 집행부 노력에 “확실히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 같아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험준하다. 극복하고 설득해야 할 건 노조를 경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다.

당장 지난달 28일 노사 합의에 따라 2분기 편성위원회가 열리기로 했으나 장승준 MBN 대표가 해외출장을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가 회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한 회사는 다음 날 오후 회의를 강행했다. 전임자인 나 지부장과 윤 국장이 빠진 채 회의가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장승준 대표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아들로 ‘초고속 승진’ 논란을 부르고 MBN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MBN지부는 지난 3일 성명에서 “노조에 아무 사전 통지 없이 사측 위원을 변경하고 회의를 강행한 것은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MBN의 ‘헌법’과도 같은 편성규약을 스스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MBN지부는 지난 2004년 11월 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보도국장 선출 방법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일주일여 만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노조는 서둘러 임단협을 체결하며 파업을 마무리했다.

2004년 파업을 이끈 노조위원장은 이듬해 상사 폭행 혐의 등을 이유로 해고됐지만 대법원은 사측 조치에 ‘부당 해고’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파업에 대한 괘씸죄를 반영한 부당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이와 같은 파업 트라우마와 열패감이 노조 어용화를 가속화했다는 평가다.

▲ 지난 2013년 12월27일 민주노총을 취재하려던 MBN 카메라의 모습. MBN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이유로 민주노총 취재를 거부 당하곤 했다. 언론노조 MBN지부와 조합원들의 공정보도 노력이 민주노총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3년 12월27일 민주노총을 취재하려던 MBN 카메라의 모습. MBN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이유로 민주노총 취재를 거부 당하곤 했다. 언론노조 MBN지부와 조합원들의 공정보도 노력이 민주노총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지난 6월 MBN지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세월호 유가족이나 쌍용차 해고자 분들도 (종편 채널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JTBC 취재진의 집요한 노력으로 신뢰를 쌓았다”며 “중앙일보와 JTBC 논조에 현격한 차이가 있듯 매일경제와 MBN에도 차이가 있는데 잘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매일경제는 경제지이니까 (MBN도) 사용자 입장을 많이 대변한다’는 막연한 판단 때문에 MBN지부 조합원들 노력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MBN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MBN지부가 보다 더 ‘공정 보도’에 분발하고 힘써줄 것을 당부하는 격려 발언이기도 했다. 막강한 사주 권력에 맞서 사내 민주화와 공정 보도를 MBN지부 집행부가 쟁취할 수 있을지 언론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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