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단 소리 안해? 개같은 X들. 확씨. 나 잡아가려면 잡아가라 그래. 미안한 줄 알아. XX들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도마에 오른 지난 1일 한 승객의 폭언 난동으로 경찰까지 탑승구에 출동했다. 저녁 8시40분 출발예정인 하와이행 비행기가 기내식 탑재 미비로 3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한 중년 남성 승객이 지상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자는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KA’의 출입국팀 여성 지상직원이었다. 이들은 티켓 확인 등 탑승구에서 승객 탑승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맡는다. 경찰은 진위 파악 후 직원에게 ‘모욕죄로 고소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사태가 마무리된 후 따로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업무를 계속해야 했다. KA 직원 A씨는 “승객들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 사건 외에도 승객 폭언·갑질 사례는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가 기내식 대란의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지상 서비스를 전담해 탑승객과 대면하는 지상직이 감정노동 스트레스에 심각히 노출돼 있다.

지난 1일 저녁 공항 경찰이 출동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1일 기내식 탑재 문제로 30분 이상 지연 출발한 비행 편수는 80편 중 62편이다. 2일엔 총 80편 중 47편이 지연 출항했다. 4년 차 KA 직원 B씨는 “지연된다고 방송하면 승객들이 화가 나서 우릴 찾아온다. ‘미팅 가야한다’ ‘밥 안 먹어도 되니 출발시켜라’ ‘매니저 나와라’ 등이라 항의를 쏟아 내는 승객이 많았다”고 했다.

휠체어 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상직원 C씨는 “녹음기부터 켜고 들이미는 승객도 있었다. 우리가 응대하는 태도나 대답을 증거로 남기겠다는 것”이라며 “승객 컴플레인이 고과에 반영되는데다 하청 직원이라 그대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승객 불만이 폭주한 덴 원청 아시아나항공의 관리감독 부재가 있다. 하청 지상직은 여객 서비스만 전담하고 기내식 탑재 상황, 환승 절차 등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승객이 구체적이고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죄송합니다’ ‘기내식 탑재에 문제가 있습니다’는 답밖에 할 수 없다. B씨는 “이런데도 어떤 원청 매니저는 ‘바쁘니 연락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설명할 사람이 없고 욕은 지상직들이 다 받는 셈”이라고 했다.

현재 KA엔 감정노동자 ‘긴급피난권’이 없다. 오는 10월 시행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고객응대 노동자가 고객 폭언 등으로 건강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생기면 사업주가 일시 업무를 중단하도록 하고 피해직원이 안정을 찾을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도록 한다.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지상직 A씨는 “승객 갑질, 폭언은 매일 겪지만 이번엔 정도가 심했다. 우리 잘못도 아니고 원청 아시아나항공 책임인데 수습은 우리가 해야 하는 구조”라며 “하청 지상직은 기내식 업체가 바뀐 사정도 7월1일이 지나서야 직원들끼리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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