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장하성

중앙일보는 6일자 1면에 “장하성이 밀었는데 CIO 탈락한 곽태선”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전날(5일) 중앙일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인터뷰를 실으며 청와대의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곽 전 대표는 “CIO 공모 과정이 시작되기 전인 1월 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그는 CIO에 내가 좋을 것 같다며 지원하기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곽 전 대표가 CIO 지원을 결심하자 장 실장은 “나하고 면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알렸고 이후 곽 전 대표는 인사수석실 전화를 받았다.

공모에 참여한 곽 전 대표는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내정 통보를 받았지만 국민연금 CIO 공모 과정을 주관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말 곽 전 대표에게 탈락을 공식 통보하고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에 곽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장 실장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 조선일보 6일치 4면.
▲ 조선일보 6일치 4면.
문제가 커지자 청와대는 5일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와 통화한 것은 국민연금이 CIO 후보자로 추천한 이후”라고 해명했다가 나중에는 “장 실장이 지원해 보라고 권유를 한 것이 맞다”고 해 ‘말 바꾸기’ 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는 “유능한 사람이 응모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장 실장이 ‘지원해서 잘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통화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모에 참여하도록 권유는 했지만 실제 인선을 위한 심사는 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곽 전 대표가 검증 과정에서 병역 문제 등으로 탈락했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중앙일보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곽 전 대표의 병역 문제가 걸렸다”고 했다. 국적이나 병역이 문제였다면 서류 단계부터 걸러야 했다는 게 곽 전 대표 주장이다.

조선일보를 보면 곽 전 대표는 “정부가 지배 구조 개선에 나서려면 기금운용본부가 여러 부처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본 모양”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능력이 아닌 정부의 코드 검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장 실장이 금융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장 실장의 출신학교인 경기고와 고려대 출신이 금융계에서 약진하면서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은 대표적인 ‘장하성 라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장 실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재기용을 추진했지만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민정·인사 라인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곽 전 대표는 장 실장의 경기고-고려대 후배는 아니지만, 장 실장이 한국재무학회장 등을 맡을 때 금융 관련 심포지엄에서 종종 마주치며 안면을 튼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일보 6일치 5면.
▲ 동아일보 6일치 5면.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 때 이런 일이 불거졌다면 정치공세에 나섰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덕담’이라고 눙친다. 이 역시 ‘내로남불’이란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연금 CIO는 630조원 안팎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최고투자책임자”라며 “이런 자리를 1년 가까이 비워둔 것도 불찰이지만 청와대가 부적절한 개입 논란을 자초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6일 이 사안을 보도한 언론은 조선·중앙·동아·세계일보 등 보수지들이다. 한겨레·경향 등은 지면에 싣지 않았다.

장자연 크게 다룬 한국일보

한국일보가 6일 장자연 사건을 크게 다뤘다. “국내 언론 최초로 총 5048쪽에 달하는 장자연 사건 수사·재판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고 한다.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 관련 내용도 있다. 경찰은 2009년 4월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와 장씨가 사용한 휴대폰으로 1년간 발신·역발신한 총 5만1162회 통화와 통화 내역을 대조했으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의 통화내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무혐의 처분의 주요 근거다.

▲ 한국일보 6일치 1면.
▲ 한국일보 6일치 1면.
한국일보는 “장씨 사건 수사·재판 기록 5048쪽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경찰이 ‘장자연 문건’에 등장했던 ‘조선일보 방 사장’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휴대폰은 한 달 수신 통화 내역이 4건(총 35건 통화)에 불과해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전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당국은 수사 결과 방상훈 사장의 접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 ‘방 사장’을 특정할 인물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상 부실한 수사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방 사장은 2009년 4월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에서 경찰의 방문조사를 받은 자리에서 해당 휴대폰 번호에 “제가 사용한 전화가 맞다. 한대뿐이고 지금은 다른 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방 사장은 장씨와 김씨를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장자연 문건’에는 “왜 저를 상대로 그런 문건을 작성했는지 황당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도덕성에 비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조선일보 사주로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 한국일보 6일치 4면.
▲ 한국일보 6일치 4면.
한국일보는 “2008년 10월 장씨가 불려 나간 술자리에는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정오 TV조선 전무가 참석(2009년 4월 15일 경찰의 코리아나호텔 방문조사로 확인)했는데, 방정오씨도 장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정오씨는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씨는 대학 다닐 때 친구들 모임에서 선배라고 소개받았다”며 “그날 술자리에 대략 9시30분에 갔는데 그 장소에서 장자연을 본 기억이 없고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고 진술(경찰의 코리아나호텔 방문 조사)했다.

JY 만나는 文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9일 예정된 인도 삼성전자 현지공장 준공식에서 첫 대면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문 대통령이 8일부터 5박6일간 진행되는 인도·싱가포르 순방 도중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준공식에 이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취임 뒤 삼성그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도 올해 2월 집행유예 출소 뒤 비공식 해외 비즈니스 미팅 이외에 공식 일정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을 안내하거나 나란히 서는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부와 삼성이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지도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매일경제는 “이번 문 대통령의 노이다 공장 방문은 인도시장에서 부활을 노리는 삼성전자에는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참석은 그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던 그가 본격적인 대외 경영 활동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 동아일보 6일치 1면.
▲ 동아일보 6일치 1면.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이전과 다른 기조 하에 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류 교체’를 내걸었던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압승 이후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층에도 다가가는 쪽으로 국정 운영의 키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그동안 기업을 사실상 백안시하던 청와대가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라며 “기업에 기를 불어넣어 주는 쪽으로 청와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신문은 “일부에선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이 부회장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문 대통령은 중국에 롯데 문제(사드 보복)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 문제에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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