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배열하는 시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트러스트위원회가 좋은 뉴스를 골라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언론인들은 디지털 시대 기사 문법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신문기사’를 기준에 둔 알고리즘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뉴스트러스트 알고리즘 개발의 의미와 전망’ 토론회를 열고 개발 중인 뉴스 트러스트 알고리즘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시연했다. 이 알고리즘은 2015년 언론재단이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뉴스배열 알고리즘을 만들겠다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뉴스트러스트위원회를 발족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뉴스트러스트위원인 송해엽 군산대 문화미디어학과 교수는 “기존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어떤 뉴스를 보여줘야 하는지 평가할 공적 알고리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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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은 △기사의 길이 △인용문의 수 △제목의 길이 △제목의 물음표와 느낌표의 수 △수치 인용 수 △이미지의 수 △평균 문장의 길이 △제목에 사용된 부사 수 △문장당 평균 부사수 △ 기사본문 중 인용문의 비중을 계량화해 반영한다. 예를 들어 기자 실명이 나오면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하고 기사의 길이가 길수록 ‘완전한 내용’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정보가 나오면 알고리즘에 가중해 반영하지만 이미지가 너무 많으면 부정적으로 본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인들은 네이버처럼 불투명한 알고리즘이 기사를 배열하는 문제에 맞서 ‘좋은 알고리즘’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했지만 세부 기준 적용에는 이견을 보였다.

특히 언론인들은 기사 문법이 변하는데 뉴스트러스트위원회의 알고리즘은 ‘신문 기사’ 스타일을 대상으로 하는 점이 한계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국장은 이 알고리즘으로 최근 늘어나는 ‘큐레이션 기사’를 평가하기 힘들다고 했고, 김양순 KBS 디지털뉴스팀장은 “영상 소비가 늘었는데 영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외신) 악시오스(AXIOS) 사례처럼 쓸데없는 말은 다 빼고 맥락을 추려 이걸 왜 봐야하는지 압축하는 기사가 훨씬 좋은 기사일 수 있고, 이미지 숫자가 아니라 기사 성격에 맞는 사진이 적절하게 들어가는 게 가장 좋다”며 기사가 길고 이미지가 많으면 가중치를 주는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희정 실장은 “네이버가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대항 성격으로 ‘좋은 기사’를 고민한 점에선 동의하지만 효용성은 여전히 물음표”라며 “기사가 충분히 가치를 지녔는데 알고리즘 때문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가. 그건 아닌 거 같다. 좋은 기사를 쓰는데 고민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학자들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리지널 기사’에 대한 보상, 그리고 양질의 기사를 계속 작성한 기자에게 보상하는 체계와 저품질 기사를 쓰는 기자를 견제하는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군소미디어와 영역 특화 미디어의 특성을 감안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세욱 뉴스트러스트위원(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이것은 중간결과이고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러한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는 안을 내는 게 목적이고 앞으로 공개적인 논의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트러스트위원회는 개발한 알고리즘을 소스코드값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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