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 방문진)가 김광동 이사가 MBC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호화 접대를 받았다는 논란에 감사를 진행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김 이사 해임 및 고발 조치를 촉구했다.

MBC 감사국의 MBC 관계회사 및 해외법인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 이사는 MBC미주법인, MBC플러스, MBC 워싱턴 특파원 등으로부터 수차례 고가 접대를 받았다.

5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김 이사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해 17일 이사회에서 관련 조치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감사결과에 따라 “해임을 포함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출장차 방문한 美현지에서 고가 식사·골프·관광 접대 논란

김 이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24일부터 5월2일 당시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 박천일 이사 등과 ‘NCTA(미국케이블통신협회) 케이블쇼’ 참석차 미국 LA를 방문했지만 실제 케이블쇼 참석은 단 하루에 그쳤다. 윤동열 전 MBC미주법인 사장은 이들에게 야구 경기 관람 및 유니버셜 스튜디오 견학(453만 원), 저녁 만찬(2회 153만 원), 트럼프 골프장 라운드 등을 접대했다.

LA로 가기 전, 미국 방문 첫날엔 MBC 워싱턴지사 업무보고를 이유로 간 워싱턴에선 문호철 당시 특파원으로부터 112만여 원 상당의 만찬 등을 접대 받았다. 한윤희 전 MBC 플러스 사장도 LA 출장 기간 ‘랍스터 LLC’라는 식당에서 142만 원 상당의 만찬 뿐 아니라, 312만 원을 들여 골프, 석식, 다저스 기념품, 와인 등을 접대했다.

2016년 4월17일부터 25일 김원배 전 이사와 ‘2016 NAB 전시회’ 출장 차 방문한 미국 LA와 멕시코시티에서도 윤 전 사장 접대를 여러 차례 받았다. 이때도 NAB 참관은 단 하루. 나머지는 ‘카쇼’, ‘후버댐’, ‘데이비드 카퍼필드 쇼’, 관광 및 골프 접대 일정이 이어졌다. ‘파라오’라는 유흥 주점에서도 77만 원 상당의 접대가 이뤄졌다. 감사국에 따르면 이들 의전을 위한 미주법인 직원 7명의 출장비 1400만 원, 의전비 1028만 원 등 총 2428만원이 집행됐다.

2014년 NCTA 방문 출장은 5393만원, 2016년 NAB 출장에는 3358만여 원이 출장경비로 사용됐다. 출장기간 대부분 일정과 식사를 MBC 관계사로부터 제공 받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예산이다. 출장비 사용내역도 향후 소명이 필요하다.

▲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는 5일 성명을 내고 MBC 자회사 사장들의 접대 이유는 “윤동열과 한윤희에게 김광동은 사실상 ‘실세 인사권자’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BC 자회사 사장은 MBC와 방문진이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 MBC본부는 “당시 김광동은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방문진의 실세 이사였다”고 덧붙였다.

MBC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김광동을 즉각 해임하고 고발조치하라”며 “방문진이 진정 시청자를 대표해 공영방송을 감시하고 공정방송을 보장하도록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전면 혁신하라”고 촉구했다.

김 이사는 본인이 받은 것은 ‘접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접대비가 아니라 업무추진비 형식으로 나가는 것이다. 마치 일상적인 업무추진비를 방문진 이사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한 접대가 있지 않았다”며 “누가 가든 같은 사항을 갖고 김광동이 갔으니 접대 받은 것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5일 김 이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 조치 안건을 다루려 했으나 논의를 17일 임시 이사회로 연기했다. 한균태 방문진 감사에게 자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한 감사가 적극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감사는 이날 앞서 논란이 된 일부 내용 관련 MBC 감사와 김 이사 양측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MBC 감사국이 한 감사에게 전한 세부 접대내역도 일부 이사들의 요청이 있은 뒤에야 배포했다.

이진순 이사는 이날 “감사님이 보기에 방문진이 자체 출장비로 수천만 원 들여 간 해외출장에서 골프장에 간다거나 과도한 접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안 되나. 본인이 직접 간 건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이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게 감사가 할 일이지 않나”라고 질책했다.

‘단란주점’ ‘1박2일 골프’ 접대는 사실 아닌 것으로

한편 앞서 논란이 된 ‘단란주점 접대’ 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MBC 감사국이 지난달 21일 밝힌 감사결과에는 김 이사가 미국에서 윤 전 사장으로부터 2014년 4월4일 단란주점 접대, 그해 5월29일부터 1박2일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김 이사 출입국기록 확인결과 해당 날짜에는 김 이사가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춘 감사는 지난 3일 방문진에 의견서를 보내 “2014년 4월4일 단란주점에서 접대 받았다는 내용, 2014년 5월 29~30일 샌디에이고 및 LA에서 골프 접대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정정하고자 하며 이와 관련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 감사는 특히 단란주점 접대와 관련해 “접대 당사자였던 제보자가 다른 사람을 김광동 이사로 착각해 오류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제보자는 지난 2일 재확인 진술에서 “김 이사가 있었다고 제보한 이유는 제 기억에 김광동 이사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4월과 5월에 수많은 사람들이 본사에서 오고가고 했다. 그 중에 특별하게 김광동 이사와 박천일 교수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윤동열 사장이 두 사람이 중요한 인물이니 기억하고 있으라고 하여 기억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를 비롯한 야권 이사들은 이 점을 문제 삼아 박 감사 해임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권혁철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MBC 감사가 임명권자를 감사했고, 허위로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며 “잘못한 것만으로도 감사가 와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방문진은 오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 이사에 대한 조치와 박 감사 해임안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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