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대표 김형기, 이하 본사)가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대표 왕정식, 이하 경기남부)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기자 전원의 기사입력 권한과 이메일 계정을 차단한 가운데 경기남부는 이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뉴시스 본사와 본사의 대주주인 머니투데이그룹(머투)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머니투데이와 뉴시스 본사의 지역본부 장악 저지 및 언론 정상화를 위한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뉴시스 경기남부 비대위)와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머투와 이에 조력하는 본사의 언론 말살 행위를 방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앞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 5일 서울 뉴시스 본사 앞에서 계약해지, 기사입력권한 박탈 등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장슬기 기자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 5일 서울 뉴시스 본사 앞에서 계약해지, 기사입력권한 박탈 등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장슬기 기자

경기남부는 지난 2014년 7월 머투가 본사를 인수하면서 남경필 전 경기지사 비판기사를 꺼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남부 탐사보도팀이 취재한 경기도 버스정책 기사를 본사가 ‘선거를 앞두고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막았는데 선거가 끝나도 기사를 출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뉴시스 본사는 지난달 26일 경기남부와 분사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는데 경기남부는 계약해지가 분사계약서를 위반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머투가 싼값에 지역본부를 강탈하고 있으며 뉴시스 경기북부·인천본부 등 다른 지역본부에 이어 자신들이 다섯 번째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경호 뉴시스 경기남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16년 경기북부를 일방 계약해지할 때 전국에서 모여 투쟁한 일이 있었다. 불과 2년 밖에 안됐는데 인천본부를 흡수하더니 경기남부도 계약해지했다”며 “본사에 수도권본부라는 자체 인사발령 체제를 만들었고 채용공고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는 경기도 시군에 공문을 보내 지금까지 경기남부에 주던 광고를 본사에 달라고 했다”며 “머투는 지역본부를 강탈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본사는 경기남부와 계약을 해지했으니 수원·성남 등을 담당할 기자를 충원할 예정이다. 본사 정문재 경영기획실장은 5일 “본사에서 수도권 취재본부를 만들었고 경기남부지역을 담당할 인력을 충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채용공고
▲ 뉴시스 채용공고

본사는 지난달 경기남부에 △경기남부 취재기자의 페이스북 게시글 삭제 △SNS 게시글 작성자 및 최초 배포자 신원 확인 △사내 게시판 게시글 삭제 △본사 편집권 행사에 항의 방문한 6명의 기자 징계조치 △경기남부 취재본부 임직원의 이상 행동에 대한 본부 대표자의 공식사과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기남부가 대다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해지가 불법이라는 주장에 정문재 실장은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못해서 해지했고, 민사상 계약파기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 5일 서울 머니투데이본사 앞에서 계약해지, 기사입력권한 박탈 등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 5일 서울 머니투데이본사 앞에서 계약해지, 기사입력권한 박탈 등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기지역 시민단체도 참여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경기남부는 경기민언련에서 기자상을 가장 많이 받은 언론사”라며 “무엇보다 진실을 추구하고 약자를 위한 탐사보도를 많이 했던 것이 수상이유”라고 말했다. 민진영 사무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언론이 제역할을 못할 때 국민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진실이 왜곡되는지 봤다”며 “경기남부가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계약해지는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 경기지역 시민단체가 경기남부 계약해지 등의 문제를 함께 하기로 했고, 수원지역 22개 단체가 모인 수원시민협의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논의해 곧 연대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경기지역 진보정당이 모인 경기도버스공동행동도 남경필 전 지사 당시 경기도의 버스정책을 비판하며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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