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옛 여권 이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1일 MBC 감사국이 공개한 상반기 특별감사를 통해서다. 방문진 이사들이 해외 출장에 나서면 MBC 미주법인 등이 수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대 호화 접대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현직 방문진 이사인 김광동 이사도 골프·만찬·관광 등 고가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학자로 2009년부터 방문진 이사인 김 이사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MBC 안팎에서 커진다.

MBC 감사국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MBC미주법인만 접대에 나선 게 아니었다. MBC플러스 사장과 MBC 워싱턴 특파원도 2014년 4월 방문진 이사들을 접대했다.

김문환 전 방문진 이사장, 박천일 전 이사, 김광동 이사는 2014년 4월24일부터 5월2일까지 미국 LA에서 개최된 ‘NCTA(미국케이블통신협회) 케이블쇼’ 참석차 해외출장을 떠났다. 당시 출장경비는 5393만 원. 이 시기는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을 때다.

이들은 본행사 참석에 앞서 MBC 워싱턴지사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MBC 감사국 자료에 따르면 당시 문호철 MBC 워싱턴 특파원은 이들에게 1023달러치(한화 112만5300원) 만찬을 접대했다. ‘1757 골프장’에서 현금으로 골프 접대를 한 기록도 있다.

▲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문호철 MBC 기자는 특파원을 마치고 정치부장, 보도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여당 편향 보도의 책임자로 꼽히는 인물로, 전국언론노조는 지난해 4월 그를 ‘언론 부역자’ 명단에 올렸다. 문 기자는 5일 “(방문진 이사들을) 만난 적 있다”면서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접대라기보다 한도 내에서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한윤희 전 MBC 플러스 사장도 이사들 LA 출장 중 ‘랍스터 LLC’에서 1290달러(한화 142만원)치 만찬을 접대했고 펠리칸 힐(Pelican Hill) 골프장에서 골프와 석식, 다저스 기념품, 와인 선물 등 2837달러치(한화 312만원)를 접대했다. 한 전 사장은 5일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윤동열 전 MBC 미주법인 사장이 방문진 이사들을 위해 LA다저스 야구 경기 관람 및 유니버셜 스튜디오 견학에 4116달러(한화 453만원), 2회의 저녁 만찬에 1389달러(한화 153만원), 트럼프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드 등 접대비 거액을 지출한 사실은 지난달 방문진이 공개했다. LA 출장에서 방문진 이사들의 NCTA 참관은 하루에 불과했다. 나머지 일정은 관광, 식사, 골프 접대로 채워졌다.

김광동 이사는 2016년 4월17일부터 25일까지 김원배 전 이사와 함께 ‘2016 NAB 전시회’ 출장 차 미국 LA와 멕시코시티 등을 방문했다. 여기서 쓰인 방문진 출장 경비는 3358만여 원.

이 기간 역시 윤 전 사장의 접대가 상시적이었다. 지난달 방문진에서 MBC 감사국은 “NAB 행사에 참가한 김광동·김원배 이사를 의전하기 위해 윤동열 및 이사, 팀장 등 무려 7명이 라스베가스에서 LA까지 7일 동안 의전에 참여해 출장비로만 1만2730달러(한화 1400만원)를 지출했고 방문진 이사 의전을 위해 지출된 9346달러(한화 1028만원)를 합치면 총 2만2076달러(한화 2428만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출장도 NAB 참관은 하루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주로 관광, 유흥, 골프 등으로 채워졌다. NAB 전시회 참석 후 ‘카쇼’(2103달러·한화 231만원), ‘후버댐’(147달러·한화 16만1700원), ‘데이비드 카퍼필드 쇼’(1150달러·한화 126만원), ‘TPC 발렌시아 골프장’ 등에서 관광과 골프 접대가 이뤄졌다.

지출 내역 중 눈에 띄는 것은 LA에서의 유흥 접대다. MBC 감사국 자료를 보면 윤 전 사장은 ‘파라오’라는 유흥 주점에서 701.95달러(한화 77만2145원)치를 접대했다.

MBC 감사국에 따르면 이 유흥주점은 여성 도우미를 부를 수 있는 주점이다. 그러나 당시 법인카드로 결제했던 담당자는 “방문진 김원배 이사가 교인이라 여성 도우미는 부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광동 이사도 5일 통화에서 “자꾸 MBC 감사국은 도우미 접대를 받은 것처럼 옭아매려는데 (‘파라오’에서는) 여성 직원을 포함해 10여 명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여성 도우미를 부를 수 있느냐”고 해명했다.

김 이사는 이번 MBC 감사국의 감사에 “‘접대’라는 용어를 반복해서 쓰는데 상규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 접대는 정상적 경영 행위로 봐야 한다”며 “특혜를 바라고 접대하거나 (접대 대상자와) 금전 관계가 있었다면 ‘부적절한 접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접대비는) 비밀리에 비공식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MBC를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골프장 회원권’을 왜 가지고 있겠나. 접대하려고 갖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관례를 벗어난, 특수 관계를 맺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상식적 접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접대비 규모에 “1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움직였다. 또 워크숍을 진행했고 현장에서 부스를 만들어 행사를 치렀다”며 “이런 비용 전부를 방문진 이사들을 위한 ‘접대비’라고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은밀히 특수 관계를 만들고자 이뤄진 접대와 그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MBC 본사에서 부사장이나 본부장이 방문했다고 하면 똑같은 일이 안 이뤄졌겠느냐”며 “방통위원이든 본사 임원이든 관계자가 (해외지사에)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문진의 방만한 해외 출장이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될 때마다 연루된 인사들이 옛 여권 이사들이었다는 점, 방문진 이사 자격이 아니면 받을 수 없는 접대라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 이사 주장에 결점이 있어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방문진 이사들의 해외 출장 문제를 지적해온 최민희 전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라는 이유로 해외 출장을 가는 관례를 이제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상식적 수준’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경영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MBC 상황에 비춰 봐도 방문진의 외유는 근본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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