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KBS 영상기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KBS에 가해자를 징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KBS는 인사규정을 근거로 징계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KBS는 징계사유(성희롱)가 2년이 지난 후라서 징계처분을 못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A씨는 문제제기한 당시에는 KBS가 판결문이 있어야 한다고 해놓고, 판결문을 가져가니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피해자 A씨는 KBS 보도영상국에서 근무하던 중 촬영기자 B씨에게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피해자 A씨는 가해자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018년 2월 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판결문을 받은 즉시 지난 2월20일 KBS에 가해자 B씨를 징계해달라고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KBS는 약 3개월 간 피해자에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전국미투생존자연대(대표 남정숙)에 도움을 요청했고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이하 미투연대)는 5월23일 KBS에 다시 가해자 B씨를 징계해달라고 징계요청서를 보냈다.

미투연대는 KBS에 “공영방송으로 요구되는 엄격한 도덕과 책임의식으로 미뤄볼 때, KBS의 이런 태도는 피해자에게 명백한 2차 피해가 되고 있고, 가해자 B씨의 조속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징계요청을 촉구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그러나 KBS는 5월31일 미투연대에게 보낸 답변에서 “B씨는 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바와 같이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러나 공사의 인사규정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이 도과된 경우에는 징계처분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징계가 어렵다”고 답했다. KBS는 “그러나 향후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 검토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A씨는 “2014년 당시 KBS에서는 판결문이 나와야 징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때는 판결문이 나와야 징계가 가능하다고 해서, 판결문이 나올때까지 기다렸는데 판결문이 나오고 나니까 징계시효가 2년이라면서 징계가 불가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공영방송국으로 품위를 지켜야할 준공무원인 KBS 직원의 행동이 범법 행위라는 것이 재판에서 밝혀졌는데도, KBS는 자기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고 말했다.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도 “보통 재판하면 2년이 넘게 걸리는데, 2년이 지났다고 징계할 수 없는 인사규정이 있다면 그 인사규정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인사규정 때문에 성범죄 관련 징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회사의 징계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이런 낡은 인사 규정을 시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KBS관계자는 “6월까지 답변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전했다”며 “징계요구서가 접수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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