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다음달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당내 친문(문재인) 의원들의 비공식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비공식 친목 모임’이라며 “막강한 당내 정치세력”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사적 모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부엉이 모임’의 이름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뉴비씨(newbc) 팟캐스트 ‘정치신세계’ 진행자인 권순욱씨는 지난 3일 트위터에서 부엉이 모임을 “2008년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청와대 출신 정치인들의 모임인 ‘청정회’로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도종환 장관 아이디어로 ‘지혜의 신’을 상징하는 부엉이로 개명했다”고 주장했다.

부엉이 모임 회원으로 알려진 전해철 의원은 이날 권씨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 “모임 이름은 어느 회원 한 분이 수년 전에 제안했다”며 “밤에도 있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역할을 하자고 이야기해서 (부엉이 모임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부엉이 모임의 유례는 참여정부 말기 정부가 국민의 비판을 많이 받던 시기에 참여정부의 공정한 평가와 올바른 이해를 위해 조직된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에서 비롯됐다.

▲ 지난 1일 채널A ‘뉴스A’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일 채널A ‘뉴스A’ 리포트 갈무리.
전 의원은 “2008년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고 정치하는 분들이 많이 실패했다. 그래서 원외에 있을 때 정치인들이 모여 회포도 풀고 어떻게 할지 논의했던 모임”이라며 “그러다가 이후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후 함께하자고 했는데 조직적으로 하면 또 친노·친문 모임이라고 해서 조직적으로 하지 못하고 그냥 의원들끼리 이심전심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실제론 거의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게 아니고 친목 모임이다. 특히 지난 대선 때까진 나름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대선 후에는 문재인 정부 성공도 중요하나 우리가 그걸 조직적으로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 친목 모임처럼 한두 달에 한 번 만나 식사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몇 년간 그래왔고 아무 문제 없다가 이번엔 공교롭게 전당대회 국면이 되니 갑자기 모여서 뭘 하고 있지 않으냐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전대가 끝나면 공개적으로 문턱이 높지 않고 좀 더 열려 있는 공간에서 함께 당과 정치에 필요한 얘기를 하자고 하는 찰나에 그런(채널A) 기사가 나서 한편으론 당황스럽지만 또 한편은 공개적인 모임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오히려 잘됐다”고 말했다.

채널A는 지난 1일 ‘뉴스A’ 리포트에서 “민주당 친문 핵심 의원들이 친목 차원에서 만든 모임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막강한 당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임의 이름은 ‘부엉이’다.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달(Moon)인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채널A는 ‘부엉이’ 회원으로 전해철 의원을 포함해 김종민·김현권·박광온·전재수·정재호·조승래·최인호·황희 의원 등을 거론하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을 중심으로 친문 의원들이 하나둘씩 참여해 현재 회원은 40명 정도까지 늘었다”고 부연했다.

‘부엉이 모임’ 회원이라고 밝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부엉이 모임을 이즈음에 언급하는 것은 민망한 노릇이다. 특정 언론에 이 모임이 전대와 관련해 처음 보도가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부엉이 모임은 패권이라든지,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적인 이해와도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만약 (부엉이 모임이) 전당대회와 관련된 것처럼 국민 눈에 보인다면 모임의 당초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 국민이 부엉이 모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본다면 적어도 전당대회 전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들끼리 모이는 모든 사적 모임 해체”를 촉구했다. 표 의원은 “좋은 취지들이겠으나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 등과 연계 우려가 있으며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 친목과 사적 만남은 가족 친구와 하자”고 당부했다.

당 밖에서도 ‘부엉이 모임’에 시선이 곱지 않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들의 활동 목적은 문 대통령을 밤에도 지키는 부엉이가 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조직을 자처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해당 모임 명칭에 ‘부엉이’를 사용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친문 부엉이 모임이란 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세 결집이라고 하고 참가자가 수십 명 이른다고 한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집권당 핵심 의원들이 이런 모임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매우 안타깝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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