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 자산가와 부동산 부자에 대한 세금을 함께 올리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조간신문 대부분이 1면 머리기사로 이 소식을 전했다. 아래는 주요신문 4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 집·땅부자 34만명에 종부세 1.1조 더 걷어

한겨레 불로소득 과세 강화 ‘시늉’만 냈다

한국 종부세·금융·임대소득세 ‘부자증세 3종세트’

조선 금융소득 100만원 넘는 40만명 세금 더 물린다

중앙 초고가·다주택자 종부세 1조 더 낸다

동아 ‘부자증세’ 3개의 화살 쏜다

매경 금융종합과세 쇼크… 대상 9만→ 40만명

세계 文정부 ‘부자증세’… 35만명 세금 1조 더 낸다

1면에 가장 강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낸 신문은 한겨레와 매일경제였다. 한겨레는 ‘불로소득 과세 강화 시늉만 냈다’는 제목을 달아 특별위원회의 권고안에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반대로 매일경제신문은 1면에 ‘금융종합과세 쇼크… 대상 9만→ 40만명’이란 제목으로 이번 권고가 큰 충격임을 감추지 않았다. 매경이 사용한 ‘쇼크’의 주체는 일반 국민은 아닌 듯하다.

▲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 동아일보 4일자 1면 머리기사

나머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 대부분의 신문은 1면 기사에선 1조원, 정확히는 1.1조원 세금을 더 걷는다는 단순 팩트 전달에 치중했다. 1면에 담담하게 보도했던 신문들도 해설면에선 각자의 색깔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3면에 ‘774만명은 세금 안내는데… 부동산·금융 소득자만 겨눈다’는 제목으로 저소득층인 근로소득 면세자와 최상위 부자를 대비시켰다. 동아일보는 4면에 ‘세금 안내던 연200만원 임대소득자, 내년엔 최대 112만원 부담’이란 제목을, 5면엔 ‘연봉 2억원에 이자-배당소득 1800만원땐 세금 211만원 더 내야’라는 제목을 사용해 이번 권고로 새로 세금을 내야 하는 계층의 분노를 대변했다.

특위 권고를 1면에 강하게 비판했던 한겨레는 3면엔 ‘공시가 현실화 끝내 없었다… 15억 아파트 종부세 2천원 늘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시세의 60~80%에 불과한 공시지가 현실화가 빠진 점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15억짜리 아파트의 종부세가 현행 2만5000원에서 내년에 2만7000원으로 고작 2천원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번 권고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폭 완화된 수준을 복원시키는 데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보수신문과 경제지가 충격과 쇼크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대한민국 99%의 국민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신문마다 사설은 색깔 더 분명히 드러내

오늘자 신문들 사설은 더 강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미흡한 종부세 개편안, 부동산세 전반 손질해야’라는 제목의 사설로 특위가 “중장기적으로 근본 개혁이 필요한 조세·예산 과제에 대해 하반기에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며 기대를 건다고 썼다. 한겨레는 현 정부의 세제 개혁에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경향신문 사설은 ‘종이호랑이 종부세로 부동산 잡을 수 있나’는 제목을 달았다. 경향은 이 사설에서 “국회가 나서 종부세안 보완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해주길 바란다”며 국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 경향신문 4일자 사설
▲ 경향신문 4일자 사설

조선일보 사설은 ‘가진 자에겐 더 걷어도 된다는 편 가르기 증세’란 제목이었다. 조선일보는 특위 최종 권고를 “있는 사람에게 더 걷어 생색 나는 곳에 선심 쓰는 ‘세금 포퓰리즘’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라며 이번 권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부자 증세 외에는 목적이 불분명한 세금 개편안’이란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매경은 1면의 ‘쇼크’라는 단어의 연장선에서 사설도 ‘충격’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매경 사설 제목은 ‘종부세 개편안 발표, 시장충격 막으려면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고 퇴로 확보를 요구했다.

▲ 조선일보 4일자 사설
▲ 조선일보 4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부유층 핀셋 증세 나선 정부, 충격 줄이며 연착률 유도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 ‘안희정은 사냥꾼’ 표현 이례적 사과

검찰이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차 공판 때 안 전 지사를 향해 “덫을 놓은 사냥꾼” 같았다고 한 재판 중 검사의 발언을 사과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재판 다음날인 3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비법률적 용어를 사용해 관계자들에게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 동아일보 4일자 12면
▲ 동아일보 4일자 12면

나는 검사가 재판정에서 한 발언을 두고 검찰이 사과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매우 이례적이다. 이동열 서울서부지검장은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재판에 임하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사과한 대상이 누구인지는 불명확하다. 검찰은 3일 “관계자들에게 상처를 드렸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자’가 안 전 지사 측으로 보인다. 이번 사과가 피해자측까지 고려한 사과였으면 좋겠지만, 검찰은 그저 ‘관계자’라는 표현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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