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300인 이상 규모의 신문·통신사에서 주당 노동 시간이 40시간(최장 52시간)으로 제한된 가운데 정부·여당이 ‘탄력 근무’ 등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혼선이 제도 시행을 위한 신문사 내부 동력을 떨어뜨리고 사측의 늑장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가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법의 준엄한 집행력을 떨어뜨리고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다.

주요 언론사 가운데 주 52시간 시행 안에 노사가 합의한 곳은 서울신문이다. 서울신문 노사는 지난 6월 말 △편집국 인력 충원 △지면 주5일 발행 △편집국에 2주 단위 탄력 근무 도입 △데스크 휴식권 보장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안에 합의했다. 지난 2일부터 사내에 퇴근 안내 방송도 나온다. 강병철 언론노조 서울신문 부지부장은 “노사 합의에 따라 프레스센터 관리 부서인 서울신문 시설안전관리국의 경우도 인력을 충원해 3교대에서 4교대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 7월부터 300인 이상 규모의 신문·통신사에서 주당 노동 시간이 40시간(최장 52시간)으로 제한된 가운데 정부·여당이 ‘탄력 근무’ 등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혼선이 제도 시행을 위한 신문사 내부 동력을 떨어뜨리고 사측의 늑장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Stock
▲ 7월부터 300인 이상 규모의 신문·통신사에서 주당 노동 시간이 40시간(최장 52시간)으로 제한된 가운데 정부·여당이 ‘탄력 근무’ 등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혼선이 제도 시행을 위한 신문사 내부 동력을 떨어뜨리고 사측의 늑장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Stock
언론노조 산하 사업장인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노사도 비교적 합의에 다다른 상황이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관계자는 “주 52시간은 연장근로 등 수당과도 연관된 문제인데 향후 회사와 논의를 통해 수당 안을 개편해야 한다. 7월1일부로 적용되는 연장근로는 개편되는 수당 안에 근거해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타 신문사에선 주로 각 부서별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할 뿐 주 52시간 시행에 확고한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에선 △주 52시간 철저 준수 △2주 단위의 104시간 탄력근로제 도입 △일요(휴일) 근무자에 대체 휴일과 수당 중 선택권 부여 △일요(휴일) 근무 인력 최소화 △회식은 근로시간 불인정 등의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일선 기자 사이에선 “잘 지켜질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4일 중앙일보 평기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관련 설명회를 열었지만 기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사측은 “주 52시간 준수를 원칙으로 운영하겠지만 지식 근로자인 기자의 직무 특성상 근로시간 및 형태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며 “조합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재량근로제 도입을 전제로 가칭 제작수당 설계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선 “재량근로제 수용 없이 법 취지대로 주 52시간 정착에 우선 힘쓰는 것이 회사도 구성원도 모두 득이 되는 길”, “진짜 우리 일터 문화가 바뀌길 원하면 재량근로제 없이 주 52시간 준수를 정착시켜야 한다” 등의 의견이 다수다.

조선일보도 야근 시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일요일 근무자는 주중 휴무한다는 내용의 ‘주 52시간 근무제 운영 가이드라인’을 노조에 설명했으나 노조는 “서류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지만 삶의 질 개선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대광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경제지들을 포함해 10여개 신문사에선 주 52시간 시행에 대한 노사 합의가 지지부진하다”며 “일부 신문사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서 노사 협의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공식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신문사도 있다. 정부·여당 혼선에 경영진들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29일 주 52시간을 둘러싼 정부 혼선에 “늑장 대응의 비난을 받던 경영진은 한숨을 돌린 듯하다”며 “이제껏 허비한 시간을 반성하기는커녕 협상을 중단하거나 늦추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영진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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