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압박하려고 특정 언론사 기자를 활용해 비판기사를 내보낸 정황이 담긴 문건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일 1면 “대법, ‘언론 활용해 하창우 압박’ 지침 실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검찰이 확보한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에 한 일간지 기자를 ‘이용’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실제 한 달 후 이 기자가 하 전 회장의 수임사건 처리를 비판한 기사를 작성한 것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앞서 한겨레도 2015년 법원행정처가 ‘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 방안’ 등의 문건을 만들어 하 전 회장의 변협회장 취임 전 수임 내역을 조사해 특정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안 등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실제 문건 작성 직후 취임 전 수임사건 처리 문제를 비판하는 보도가 해당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2018년 7월2일치 1면.
▲ 경향신문 2018년 7월2일치 1면.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 기자가 2015년 5월 하 전 회장이 변협회장 취임 전 개인적으로 수임했던 사건을 취임 후 변협 상근직원인 사무차장에게 위임했다고 비판한 기사를 확인했고 검찰이 대법원에서 임의 제출받은 그해 4월 문건에는 해당기사를 쓴 기자가 이전에 쓴 기사들을 언급하면서 이 기자를 이용해 하 전 회장을 비판하게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 전 회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인물로 경향신문은 “검찰은 해당 기사에 변협 사무차장이 언제 어느 법원에 출석했는지 등 법원의 도움 없인 취재하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어 대법원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기자 이야기 등을 종합해보면 이 보도는 문건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는 해당 언론사가 중앙일보라고 특정했다. 실제 중앙일보는 2015년 5월 당시 하 회장이 취임하기 전 자신이 개인적으로 수임했던 사건 처리를 취임 이후 변협 상근 직원인 사무차장에게 위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이 지목한 중앙일보 소속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에 “2015년 해당 기사는 행정처에서 정보를 받아서 쓴 기사가 결코 아니”라며 “이전부터 알고 지내온 변호사로부터 제보를 받고 확인해 쓴 기사”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기사에 적시된 팩트는 모두 사실 확인을 거쳤다”며 “다만 취재원은 취재 윤리상 밝히지 못하는 것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경향신문은 기사 작성자인 내게 아무런 확인도 거치지 않고 특정 입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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