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울산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송철호 울산시장이 꾸린 인수위원회를 “호통위원회”라고 보도했다.

송철호 신임시장 인수위원회인 ‘시민소통위원회’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청문회 수준의 고강도 질책을 한다는 것이다. 정식 위원이 아닌 캠프 측 인사가 과도하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울산지역 한 언론은 시청 직원의 말을 인용해 “업무의 연속성을 높이기 위해 준비된 업무보고가 전반적으로 호통치고 질책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업무보고를 하러 가면 마치 ‘점령군’에게 취조를 받으러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통’을 쳤다고 지목된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화예술특별위원회 분과위원장이 특정 사안에 이견이 있으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했고, 제가 미술관 건립 문제로 울산시와 4년 동안 싸우면서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어 이견을 냈다”며 “자료요청을 한 적도 없고 호통을 친 적도 없다. 이런 견해가 있으니 참작해달라고 했을 뿐인데 저의 반론을 취재한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언론이 ‘호통위원회’이라며 인수위원회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송철호 신임시장의 대언론 정책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3년 만의 민주당 소속 신임시장이 당선되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언론 홍보 정책 및 예산도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울산지역 언론이 보도를 무기로 시정 초반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신임 시장)가 지난달 24일 오전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신임 시장)가 지난달 24일 오전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 송철호 신임 시장은 언론홍보 예산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송 시장은 선거기간 토론회에서 김기현 시장과 설전을 주고 받으면서 과도하게 책정된 언론홍보 예산을 문제 삼았다. 향후 언론 홍보비를 바로잡겠다는 공언은 하지 않았지만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울산시 홍보 예산은 꾸준히 ‘골치덩이’로 지적돼왔다. 울산시민연대가 2018년 울산시 예산안 중 언론지원예산을 분석한 평가서에 따르면 울산시 공보관실 예산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대폭 증가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연도인 2014년 대비 2017년 공보관실 예산은 68% 증가해 71억여 원으로 나왔다. 내년도 공보관실 예산도 1억 원 증가했다. 다른 지역 공보관실 예산을 보면 부산 42억여 원, 대구 50여억 원, 인천 79억여 원이다. 인천은 울산 전체예산으로 보면 두배 가량되지만 공보관실 예산은 비슷한 수준이고, 부산보다도 30억여 원이 많다. 부산은 2017년 이미 47.4% 공보관실 예산을 줄인 상태다. 울산은 인구 110만명으로 부산 380만명, 대구 300만명 등에 비해 훨씬 적다. 

일례로 울산지역 모든 방송사에서 흘러나오는 울산시가(市歌)는 대표적인 낭비성 언론지원 예산으로 분류된다. 방송뉴스 중간 “울산시가 애창이 울산사랑의 시작”이라며 울산시가(市歌)가 나온다. 울산시가를 방송에서 트는 조건으로 방송국이 받는 홍보 예산은 한해 6억여 원에 이른다.

▲ 2018 울산고래축제 포스터.  사진=울산고래축제 웹페이지
▲ 2018 울산고래축제 포스터. 사진=울산고래축제 웹페이지

울산광역시민 ㄱ씨(30)는 “울산은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도시라 그런지 지역사랑을 시에서 나서서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내 고장 울산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이 TV에서 계속 나왔고, 울산시가도 그 확장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시에서 나서서 홍보한다고 지역사랑이 생겨날 리가 없다. 세금낭비, 전시행정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의 광고는 지역언론의 열악한 재정을 충당시키는 주요 수익이다. 이런 가운데 송철호 신임시장이 홍보 예산을 조정할 경우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시정 초반 언론이 군기잡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산을 무기로 울산시가 언론에 재갈물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다만 과도한 홍보 예산은 울산시의 고질적인 문제가 돼 왔고, 전임 시장의 적폐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보관실 예산을 통한 언론 지원 이외에도 지역 언론사가 주최·주관하는 행사에 시 예산이 무분별하게 투입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2018년도 울산시 예산안 중 각 부서의 언론사 축제 및 행사 지원 내역 예산을 보면 2017년 예산 대비 6억 7천여만 원이 증액돼 2018년도 예산은 54억여 원에 이른다. 행사에 드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은데 언론에 돈을 퍼주는 낭비성 예산이라는 지적이 많다.

울산지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언론이 주관하는 축제를 보면 거의 시정 홍보와 연관돼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울산지역 축제가 하루에 3번 꼴로 열린다고 하는데 언론사 주관 축제는 특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울산시의회 강대길 의원이 울산시 예산담당관실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울산시에서 하루 3건 가량의 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평균 2천 300만원의 예산이 쓰였다. 울산시민연대는 “열악한 재정문제를 극복하려는 언론사와 이를 매개로 언론사와 우호적 관계형성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단체장의 결합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울산지역 방송사에 대한 지원이 많고 신규 행사 및 축제에 지원 예산이 중복 편성되면서 낭비성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역 인사는 “울산에서 ‘고래’와 ‘태화강’이라는 타이틀만 붙여서 축제를 열면 예산이 자동지원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행사 중 중복되는 걷기 행사, 울산지역 00신문 사장배 대회 등 이런 것들은 참여율도 낮고 언론사들이 비용을 챙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울산MBC는 시로부터 억대의 협찬을 받아 고래 소재 다큐멘터리를 2004년부터 2012년, 2014년, 2018년 제작해 방송했다. 방송 내용이 차별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울산 KBS와 UBC 등 다른 방송국도 ‘고래’와 ‘태화강’ 소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거나 이벤트성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역인사는 전했다.

언론 협찬 및 지원 예산이 무분별하게 투입되다보니 공직 사회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울산시 남구는 고래를 주제로 한 홍보성 예산을 지원해왔다.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가 지정돼 있어서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 관련 예산의 비중이 커 부담이 되고 낭비성 예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예산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울산시 시민소통위원회는 홍보 예산을 꼭 짚어 문제 삼지 않았지만 행정개혁 핵심과제로 인사, 감사, 예산의 투명성 확대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다만, 울산시는 예산 문제를 두고 언론과 관계 설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시정 초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송철호 신임 시장이 토론회 때 전임시장 때 과도하게 책정된 언론지원 예산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향후 어떻게 하겠다라는 언급은 없었다”며 “예산에 대한 과오나 오류 등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지만 이견을 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언론과 긴장관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사 한 국장은 “송철호 시장 시대 이제 울산시와 지역 언론의 관계설정을 올바로 원점으로 돌려야할 시점이 왔다”며 “이전 시장 16년 동안 기획안만 내면 예산을 주던 시대는 지났다. 건강한 긴장관계 모드로 가는 게 길게 보면 언론으로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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