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영화 제목이 ‘미투, 숨겨진 진실’(감독 마현진, SY미디어배급)이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학원에서 한 남성 교수가 여성 제자를 유혹했지만 거절하자, 교수는 다른 여성 제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과 잠자리를 한 여성 제자에게 학술대회를 나갈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다. ‘네이버영화’의 해당영화 페이지에는 “2차 가해다”, “감독이 정신없는 듯”, “미투가 왜 청불(청소년관람불가)영화의 콘텐츠냐”라는 비판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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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미투’운동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영화의 전개가 ‘꽃뱀 프레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상영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배급사는 “7월3일 개봉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검색으로는 개봉관을 찾을 수 없다. 7월5일 잠실자동차극장 2관에서 상영된다는 정보만 나온다. 영화는 6월29일 VOD를 통해 이미 공개됐다.

▲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영화 포스터. 인터파크 예매로 검색해보면 7월5일 자동차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영화 포스터. 인터파크 예매로 검색해보면 7월5일 자동차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일 전국미투피해생존자연대(대표 남정숙)는 이 영화 배급사에 5일까지 상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영화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남정숙 전국미투피해생존자연대(이하 미투연대) 대표를 2일 만나 이유를 물었다.

남정숙 대표는 이 영화는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영화”라고 했다. 이 영화는 대학에서 벌어지는 권력형 성범죄를 모티브로 만든 성인영화다. 남 대표는 해당 영화의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남정숙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동료 교수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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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교수를 꼬시고, 목적을 달성하는 식의 장면이 영화에 등장한다. 보통 대학교에서 권력형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너네가 꼬셨잖아’ 라는 말한다. 이 영화는 그걸 교묘하게 이용했다. 대학에서 ‘미투’ 하신 분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남 대표가 영화의 포스터와 홍보영상, 줄거리를 확인해보니 영화 내용이 성폭력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고, 성인영화에 ‘미투’,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해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남 대표는 지난달 28일 영화의 자세한 내용을 보려고 배급사 SY미디어에 상영본과 시나리오의 사전 모니터링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SY미디어는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거절 메시지를 보내왔다.

SY미디어는 “미투연대 페이스북을 확인한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만 편집하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에서, 이미 부정적 시선과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고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SY미디어는 “본 영화는 ‘미투’라는 이름을 붙여 성폭력 피해자를 모욕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영화는 29일 VOD로 공개됐다. 같은 날 서울 종로의 ‘실버영화관’에서 상영도 했다. 그러나 배급사는 사전모니터링을 요청한 남 대표나 미투연대에는 상영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남 대표는 이런 점도 황당하다고 짚었다.

▲ 남정숙 전국미투피해자생존자연대 대표. 사진제공=전국미투피해자생존자연대 제공.
▲ 남정숙 전국미투피해생존자연대 대표. 사진제공=전국미투피해생존자연대 제공.
“당당하다면 왜 상영정보를 알려주지 않나. 배급사는 영화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 도대체 이 영화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묻고 싶다. 피해자가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는지 궁금하다. ‘미투’운동의 정신을 해친 게 아니라면, 왜 청소년이 못 보는 영화인지 모르겠다. 그저 상업 성인영화에 ‘미투’라는 이름을 이용했을 뿐이다.”

미디어오늘은 3일 SY미디어에 관련 내용을 물었으나 SY미디어는 “해당 영화와 관련된 내용은 응대하지 않고 있다. 말씀 드리면 오해가 생기기 쉽고, 해야 할 말은 ‘미투연대’에 보낸 회신에서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미투’ 영화가 노리는 것은 어쩌면 이런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다. 영화 반대운동으로 오히려 관심을 받는 전략 말이다. 남 대표는 그래도 적극 반대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이용을 당하는 줄 알면서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상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금지했다는 기록 자체,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 대표는 이 영화를 상영금지가처분 하는 일 외에도 일명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쉬’(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 정서로 만들어진 콘텐츠에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영화 ‘토일렛’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이 영화도 상영반대 운동이 일었다.) 방송 같은 전통적 미디어에는 법이 심의제도 등을 통해 제재하지만, 유튜브 콘텐츠나 게임, 영화, 연극 같은 콘텐츠는 제재할 법이 미비하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투’ 관련법이 140여개나 줄줄이 발의됐는데 통과된 건 없다. 이런 흐름을 법으로 제재하도록, 자격을 갖춘 분들이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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