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에 저와 김(종천 신임 의전)비서관 사이의 갈등이나 인사 문제를 이야기하던데 정말 조선일보는 지난 1년 내내 참 대단하다. 그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의를 밝혔다가 거둬들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향신문에 전한 메시지다. 그는 조선일보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조선일보는 “‘맞지도 않은 옷 너무 오래 입었다’ 탁현민, 사의 암시? 인사 불만 표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탁 행정관과 김종천 신임 의전비서관의 ‘인사 갈등설’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김종천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최측근”이라며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탁 행정관이 이번 인사에서 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탁 행정관을 “직급은 2급이지만 ‘실세 왕(王) 행정관’으로 불렸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년여 간 ‘왕 행정관’ 관련 보도를 집요하게 쏟아냈다. 지난해 5월부터 현재(2018년 7월3일)까지 조선일보 지면 가운데 ‘탁현민’ 이름 석 자가 언급·등장하는 기사·칼럼 등은 모두 81건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일보(43건), 경향신문(42건), 한겨레(36건) 등을 압도했다. 같은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동아일보(45건), 중앙일보(44건), 문화일보(20건)와 비교해도 조선일보의 ‘탁현민 집착’은 유별나다.
언론이 탁 행정관을 주목한 까닭은 그가 쓴 책이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을 담아서다. 더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도 작용했다.
청와대와 회담 준비 관계자들이 정상회담 성공을 바라며 남북 평화에 심혈을 기울였던 인사들을 상징하는 만찬 메뉴를 준비한 것이었지만 조선일보는 제목에서 “정치색 듬뿍 친 만찬”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만찬을 “탁현민 스타일의 과도한 의미 부여”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26일자 토요일판에는 “특낙·불낙·생낙… 정권 바뀌어도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은 ‘신(新) 화이트리스트’라는 부제와 함께 “임종석 비서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한병도 정무수석,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광흥창팀 멤버 대부분이 청와대로 직행했다”라고 썼다. 문재인 정부가 능력보다 ‘코드 인사’를 중시하고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대동소이하다는 취지였다.
지난 4월28일자 “‘세상과 바람났다’는 여사님… 뒷심은 숙녀회?”라는 기사에서도 탁 행정관이 등장한다. 조선일보는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 사건에 연루됐는지가 화제가 된 이유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강력한 ‘실세 영부인’으로 불리기 때문”이라며 “김 여사의 대표적인 기반은 ‘숙명여고 동창회’, 일명 ‘숙녀회’다”라고 썼다. 이어 “숙녀회 외 김 여사 인맥으로 분류되는 사람 중에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있다. 탁 행정관은 ‘문의 남자’로 알려졌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와 더 가깝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이벤트 솜씨 얼마나 좋기에… 장관·실장도 손 못대는 ‘王행정관’”(2017년 8월23일), “아무도 못 막는 ‘쇼’ 행정관”(2017년 8월23일 만물상), “‘여성 비하’ 탁현민 경질 꺼냈다가… 오히려 경질 압박받는 여성부 장관”(2017년 8월31일), “평양 가는 탁현민, 남북 문제까지 보폭 확장”(2018년 3월22일), “王행정관 떠나면 靑 행사 누가 하나”(2018년 6월30일 팔면봉) 등의 기사·칼럼은 탁 행정관 영향력을 과도하게 해석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 그가 스스로 자초한 논란과 별개로 조선일보의 ‘집착’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