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사건에 대해 ‘메가톤급 충격’이라며 국회를 마비시키는 단식 투쟁을 벌여 특검을 관철시켰다. 언론 공작과 여론 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해온 정치 집단의 리더치고는 과거를 잊은 파격(!)적인 행보였다. ‘어쨌든 정권 실세가 관련됐다’는 세간의 호기심 속에 여론도 뜨겁게 반응했다. 그리고 이제 막 특검이 시작됐다. 관심은? 상대적으로 시들하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드루킹 특검’은 문재인 정부 이후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상실했던 야당이 짧게나마 정국 방향을 움직였던 정치적 사건의 의미를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

취재는 그 무렵 시작됐다. 공공연했지만, 오래된 농담.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옛 여당의 여론 조작 및 댓글 알바 동원 의혹은 떠들썩했던 풍문으로 존재했지만, 그 실체가 한 번도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긴 적폐 청산의 터널을 지나며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는 물론 경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국가 기관이 공공연히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그들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여론에, 직접 정치에 개입한 이유는 단 하나 옛 여당의 정치적 승리에 복무하기 위해서였다.

‘자유한국당-새누리당 매크로’ 보도는 풍문으로만 떠돌던 옛 여당의 여론 조작이 매크로라는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자행됐다는 내부자의 고발을 물증과 함께 보도한 첫 사례다. 자유한국당이 한나라당 시절인 2007년부터 이미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 공작을 벌여왔던 제보를 입수하고, 그 정황을 쫓았다. 취재를 거듭하며, 드루킹이 벌인 매크로 여론 공작은 한 지지그룹의 행위 아무리 넓게 인정하더라도 당 외곽의 비공식 조직의 여론 개입에 불과했다면, 한나라당 시절부터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보수 야당이 벌인 매크로 여론 공작은 당 공식 조직에서, 선거 기간 중에, 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자행된 중대 범죄 성격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문제는 입증이었다. 여론 조작 작업은 특성상 특정한 시기, 특정한 화면에서만 유의미한 경우가 많다. 과거의 순간을 현재의 증거로 입증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을 확보하고도 꽤 오래 고전을 거듭했다. 제보자는 일관되게 행위를 진술하고 증언했지만, 이미 시간이 흘러 행위를 입증한 증거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첫 보도인 “한나라당, 2006년 선거부터 ‘매크로’ 여론조작”이 가능했던 것은 제보자가 증언한 댓글 조작 키워드를 중심으로 수만 개의 댓글을 직접 일일이 확인하고 비교하며 매크로 작업의 특성과 작업 중 실수 사항을 찾아 발견했기 때문이다. “휴지통에서 파쇄된 종이를 꿰맞추는 일 같다”는 농담을 함께 취재했던 박준용, 오승훈 기자에게 건넸다.

노력 끝에 운이 온다고, 제보자가 당시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로부터 받은 매크로 지시 문자 메시지를 찾았다. 결정적인 보도의 밑돌이었다. “드루킹이 총영사 청탁한 거면, 난 총리 요구할 정도겠네요” 보도에서 보듯 제보자는 수없이 많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선거에 직간접적인 실무자로 참여했다. 그가 수행했던 위법과 탈법의 경계적 활동은 실시간 검색어 관여, 댓글 작업, 가짜 뉴스 전파 등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 여론 조작 작업의 거의 모든 것이다. 

▲ 김완 한겨레 기자
▲ 김완 한겨레 기자
민주당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도 자유한국당은 뚜렷한 반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드루킹 물타기’란 말로 자신들의 행위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6일 한겨레가 보도한 “새누리당 때도 매크로 돌려 가짜뉴스 유포했다” 기사는 지난 2014년 새누리당 중앙당 산하 SNS소통본부 상황실 담당자들의 채팅방 전체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다. 치열했던 선거 운동 기간 중에 공당이 직접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포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당시, 새누리당은 세월호 의혹이 야권을 향하도록 가짜 뉴스, 북풍 모의, 일베 게시글을 확산 등에 매크로 작업을 시행했다. ‘메가톤급 충격’이란 표현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난 십 수년의 세월동안 누가 민주주의에 돌을 던져왔던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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