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자신들이 규제하는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7억여 원의 위탁 연구과제를 받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위원들을 감사로 적발해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따져 조치토록 통보했다. 

현행 법(원자력안전위원회법,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위탁받은 사람은 원자력안전위원이 될 수 없다.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내놓은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실태’ 특정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지난 2월2일까지 한수원 및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관련 R&D를 수행하는 7개 공공기관에서 발주·위탁한 R&D 연구용역 내역을 검토한 결과 원안위원 3명이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위탁연구과제를 받았다. 이들 원안위원은 이재기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손동성 울산과학기술원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정재준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등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중 한 위원은 원안위원으로 임명되기 전 3년 이내 기간과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중인 기간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위탁연구과제 3건(연구개발비 총 3억5500만 원)에 위탁연구책임자로 참여했고, 다른 위원은 위탁연구과제 3건(연구개발비 총 2억2000만 원)에 위탁연구책임자로 참여했다. 나머지 한 명은 지난 2013년3월부터 지난 2016년까지 매년 세차례씩 모두 7200만 원의 위탁연구과제를 받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사실을 원안위는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이들 위원은 원자력연구원이 지난해 4월28일 원안위의 허가를 받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소각하거나 외부로 폐기하고 원안위 정기검사시 조사 방해와 허위자료 제출을 한 데 행정처분을 내리는 심의 의결에도 참여했다. 감사원은 원자력 안전규제 심의 의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를 지적했다.

▲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3월2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원전시설 주변 주민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9년만에 재실시하는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3월2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원전시설 주변 주민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9년만에 재실시하는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안위는 법 조항이 모호해 결격사유 판단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원안위는 △결격사유의 중요 축의 하나인 ‘원자력이용자’의 정의 조항이 없고, ‘원자력이용자 및 원자력 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라는 조항도 해석상 모호하며 △원자력이용자 범주에 원자력안전연구까지 수행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넣을 것인지도 이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안위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이면 결격사유로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원안위법 제2조 ‘원자력이용’은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으로 정의되어 있고, 원자력안전법 제2조 제20호의 ‘원자력이용시설’은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과 관련된 시설로 정의돼 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10조는 그런 원자력이용시설을 원자로 및 관계시설, 핵연료주기시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즉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자가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 단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원안위는 2013년에 체크리스트에 원자력이용시설의 운영자에 한수원과 이번에 문제가 된 원자력연구원 등 18개 업체 또는 업군(業群)을 열거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이용시설’을 운영하고, 우라늄 오염수와 방사성 폐기물 등을 처리하는 등 원안위의 규제까지 받는다.

감사원은 “원자력이용자에 대한 정의규정이 부재하기에 원안위원의 철저한 자격관리를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원안위원이 될 수 없으며, 원안위원이 이에 해당하면 당연 퇴직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원안위 위원장에게 원안위원 자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이번에 원자력연구원 사업에 관여한 비상임 원안위원 3명에 대해 당연직 퇴직사유 해당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원안위는 이재기 손동성 정재준 등 부적절한 연구수탁을 지적받은 원안위원 3인의 사퇴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원자력연구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원자력연구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안위 관계자는 “이 3명의 위원들이 원안위법 10조의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되는지 검토중이며, 적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아직 사퇴시킬지 여부는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원안위에 따르면 이들 3명이 위탁받은 과제는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조사성능 연구 △방사선핵종 섭취 신모델 해석 및 적용체계 개발 △비희토류 중성자 흡수봉 노내거동 평가 △사고저항성 핵연료 안전성 평가 모델링 및 계통해석 △원전안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가상원자로 기능요건개발 △2상 유동 다중스케일해석 기법 연구 △피복관 크립 및 파단 거동 모델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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