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의 전신은 ‘미디어포커스’다. KBS 저널리즘 황금기라고 불리는, 2003년 첫선을 보인 미디어포커스는 보수 언론의 민낯을 드러내고 성역 없는 언론 비판으로 방송 비평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포커스는 전두환·노태우 군부 시절 KBS가 정권의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자사의 ‘흑역사’를 비판하며 주목 받았다. 아울러 족벌 언론과 사주 권력의 속살을 파헤쳐 보수신문으로부터 ‘조중동 때리기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앞서 조선일보는 2003년 7월30일 “돈 주면 M-16 소총도 구해 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일부 상인의 말을 인용, 청계천에서 불법 무기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조선일보 2008년 8월19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08년 8월19일자 사설.
이에 미디어포커스가 “KBS 보도국이 취재해 본 결과 청계천에서 총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조선일보 기사를 반박하자 조선일보는 그해 8월11일자에서 “KBS가 취재를 못해놓고 오히려 조선일보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했다”며 KBS 보도를 반박했다. 

이후에도 두 언론사는 방송과 지면을 통해 보도전(戰)을 펼쳤다. 기존 언론에선 보기 어려운 살벌한 상호 비평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8월19일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미디어포커스는 과거 몇 년간 그렇게 권력 비판언론을 물어뜯으면서 좌파신문이나 방송을 비판하는 내용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권력의 충견이라는 말은 KBS ‘미디어포커스’ 같은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로 두 언론사는 불화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으로 바뀌며 순화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디어인사이드’(미디어비평 후신)는 2016년 4월 폐지됐다. 보수정권 편향 논란을 부른 과거 경영진에 매체 비평은 잡음만 일으키는 불필요한 행위였다. 

▲ 지난 1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는 장자연 사건을 다뤘다. 사진=KBS 저널리즘 토크쇼J 페이스북
▲ 지난 1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는 장자연 사건을 다뤘다. 사진=KBS 저널리즘 토크쇼J 페이스북
지난 1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는 장자연 사건을 다뤘다.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 등이 실명으로 언급됐다. 조선미디어그룹이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주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는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조선일보라는 실명을 공개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선일보와의) 소송이 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술회했다.

저널리즘 토크쇼J 제작진은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의 실제 인물로 조선일보가 지목한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 인터뷰도 보도했다. 

A씨는 “조선일보에서 (A씨 자신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지목한) 기사를 내기 전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배신감이 말도 못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관계도 없는 나를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이 밖에도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의 필요성, 장자연 사건에 침묵했던 언론의 카르텔 등 저널리즘 차원에서 고민할 거리를 던졌다.

▲ 지난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는 지난 1일 방송된 KBS 매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 “조선일보라는 실명을 공개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진=KBS 저널리즘 토크쇼J
▲ 지난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는 지난 1일 방송된 KBS 매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 “조선일보라는 실명을 공개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진=KBS 저널리즘 토크쇼J
새로운 팩트를 발굴했다기보다 장자연 사건을 다시 정리하는 보도와 비평이었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슈를 되짚었다는 데서 지난 방송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보수 언론, 특히 ‘1등 신문’으로 오랜 세월 군림한 조선일보의 사주 문제를 실명으로 꺼내며 의제 설정 언론으로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 요구되는 것은 과거 미디어포커스가 보여준 심층보도와 성역 없는 비판이다. 조선일보가 지면에서 미디어포커스를 비난했던 그 시절 공영방송은 언론의 자유를 구가했다. 탐사를 포함한 KBS의 성역 없는 권력 비판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저널리즘 토크쇼J가 조선일보 지면에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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