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밀실 선임 논란을 빚어온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식을 투명하게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실망스럽다며 시민이 직접 이사 지원자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선임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이사 선임은 KBS·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의 지원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실명으로 시민 의견수렴을 받고 그 결과를 방통위가 고려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방통위는 논의결과 이사 지원자의 추천인과 추천단체는 공개하지 않도록 했고 시민들에게 특정 지원자에게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위 제공.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위 제공.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특정인에게 여론몰이하고, 신상털이하고 비토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이사 가운데서도 교회, 학교 등에 찾아가면서까지 문제제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 추천 허욱 부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가 된다는 건 공인이 된다는 의미로 공개적으로 검증받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선임했다면 공영방송 이사들이 정치권에 봉사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 거다. 검증을 제대로 못하고 선임했기에 공영방송을 감시하지 못했고 이사들 자체가 분란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번 선임 방식 개선으로 투명성을 강화했다고 봤지만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소속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입장은 다르다. 시민행동은 2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절했다며 시민이 직접 이사 지원자를 평가하는 검증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이사 후보를 방통위가 2배수로 압축하면 시민대표단이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를 걸러내 1.5배수의 후보를 방통위에 추천하는 방식의 ‘공영방송 이사 시민검증단’을 제안했다.

▲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2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방송독립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2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방송독립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시민행동은 방통위 개선안은 시민 권한이 분명하지 않고 여론을 얼마나 참고했는지 알 수 없어 결국 ‘정치권 나눠먹기’ 관행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에서 추천(임명)한다”고 명시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7:4(KBS), 6:3(방문진) 비율로 추천권을 갖고 선임해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방통위가 우리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의결했다. 정치권과 뒷거래를 열어두고 밀실인사를 하겠다는 거다. 지원자 신상정보 공개를 한다지만 추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했다. 방통위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우리가 직접 시민검증단과 제보센터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방송종사자들은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극우적 신념을 지키려 한 고영주 같은 이사 말고 시청자를 대표하는 이사를 원한다”며 “방통위의 결정은 정치권 인사들로 이사를 채워넣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치권이 추천하면 꼭두각시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오늘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날”이라며 “정부가 적폐를 걷어내고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 방통위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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