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 “임금 손실이 없도록 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이 방침에 기반한 사측의 가이드라인에 노조는 “야근에 합당한 보상 체계를 만들라”고 압박했다. 

조선일보 노사는 지난달 25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주 52시간 근무제 운영 가이드라인’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해결 방안은 추가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노조는 대의원 회의와 설문 조사에서 표출된 조합원들의 요구를 사측에 전했다. 노조 요구사항은 △야근 억제 대책 △불가피한 야근에 보상 현실화 △인력 충원 등이다.

사측의 가이드라인에는 △주당 근무시간은 되도록 48시간 이내로 하고(4시간은 예비) △야근자는 다음 날 출근 시간을 늦춰 51판 마감 후 퇴근 시엔 오전 11시 출근, 52판 이후 퇴근 시엔 다음 날 오후 1시30분 출근하고 △주5일 근무를 위해 일요일 근무자는 반드시 주중 휴무하고 △오전 출근자는 점심 1시간, 오후 8시 이후 퇴근자는 저녁 1시간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아울러 사측은 오는 9일 PC 또는 스마트폰으로 각자 출퇴근 시각을 입력·조회하는 시스템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 관련 조선일보 사내에서 쟁점은 ‘야근’이다. 노조는 야근을 억제하지 않고 출근시간을 늦추려는 사측에 우려를 표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야근에 합당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서류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지만 삶의 질 개선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사측이 야근을 억제할 동기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결국 야근이 줄지 않거나 늘어 삶의 질은 오히려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야근비 인상’에 난색을 표한다. 사측은 “근무 시간을 줄이려고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추가 근무에 보상을 늘리는 것은 모순”이라며 “야근비를 받기 위해 불필요하게 야근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우려한다.

대신 사측은 주52시간 시행 이후 현재와 같은 성과를 낸다면 근무시간 단축으로 절감되는 만큼의 인건비를 ‘인텐시브 인센티브’(가칭)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짧아진 근무 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일하게 된 점을 고려해 보상안을 마련했다는 것.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노조는 “임금 보전은 그나마 방상훈 사장이 ‘임금 손실이 없도록 하라’는 방침을 세워 기대할 만 하지만 같은 금액을 쓰고도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면 형평성 문제로 점차 원성만 커질 수 있다”며 “인텐시브 인센티브 제도를 야근비 인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게다가 야근 자체가 인텐시브 근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매달 월급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데 굳이 나중에 메꿔주겠다며 계속 미룰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임금 인상부터 서둘러 여름 휴가 전에 소급분이 지급되도록 하면 사측의 진정성이 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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