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언론사가 수습기자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원자에게 사전 공지 없이 신체검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언론사는 신체검사 결과는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자신의 신체정보를 들여다보고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지원자들은 사전 예고 없이 신체검사라는 채용절차를 최종면접 전 슬그머니 포함시킨 것은 갑질에 해당된다고 반발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최종면접 전에 신체검사를 하는 언론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MBC, 연합뉴스, MBN으로 확인됐다. 이들 언론사는 사전에 신체검사를 시행한다고 공지하지 않았다. 

▲ 2018년도 5월 연합뉴스 수습기자 공개채용 공고.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9월 조선일보 공채 때 최종면접에 올라간 A씨는 “11월29~30일 이틀 중 날을 정해주면 그날 신체검사를 시행할 것이라는 개별 연락을 받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A씨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날을 정해 조선일보가 지정한 병원인 하나로의료재단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A씨는 “그 당시 실시된 검사는 몸무게, 키, 혈액, 소변, 엑스레이 촬영까지 진행했는데 결과는 따로 제공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서류전형-필기시험-현장실무평가까지 합격해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동아일보 최종면접에 올라간 B씨도 “신체검사 전, 동의서에 건강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사인을 했지만 그건 형식에 불과하다”며 “지원자 입장에서는 최종면접을 보려면 무조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MBC와 연합뉴스 공채에 최종면접에 올라간 복수의 취재원들 역시 “최종면접 전 신체검사를 한다는 것은 신체검사 정보로 합격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으로 회사 측 입장만 고려한 절차”라고 입을 모았다. 한 지원자는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 내 신체 정보를 최종면접에 올라갈 때마다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요소도 있다”고 비난했다. 

MBN 경우 최종 합격자 C씨가 입사 후에 신체검사 결과를 사측에 달라고 요청했으나 내부 정보라며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면접 전 합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자는 개인정보를 회사 측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언론사는 신체검사 채용절차를 통해 파악한 신체정보를 가지고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신체정보를 어디에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최종면접 전에 신체검사를 하는 이유는 채용 단계를 빨리 진행하자는 차원”이라며 “추후 조선일보 채용과정은 현행대로 유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MBN은 “공식적으로 저희가 그 채용과정에 대해 드릴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MBC와 동아일보는 신체검사 채용절차와 관련한 입장을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법정 전염병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단한 채용 신체검사를 한 것”이라면서 “그간 채용 신체검사 결과를 갖고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준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연합뉴스는 “이번에 이런 문제가 제기된 만큼 향후 추가 신입사원 채용 때는 관련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검토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합격을 통보하기 전 신체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규제할 법령은 없다. 다만 현행법(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서 근로자 모집·채용 과정에서 기업의 자율적 신체검사 결과에 의해 불합리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승전)는 “현행법은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이를 어겼을 시 처벌조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주가 구직자에게 합격 통보한 이후에 신체검사를 하도록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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