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재벌가 요청을 받고 ‘검색어’를 지워준 사실이 문제 됐다.

네이버의 ‘연관 및 자동완성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삭제가 적절한지를 검증하는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작성한 2017년 상반기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조현아, 최태원 등 재벌가와 관련한 연관 검색어를 네이버가 임의 삭제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랐다.

이후 네이버에 비판이 쏟아졌는데 억울한 면도 있다. 이 사례는 ‘극히 일부’이고 네이버는 전반적으로 검색어를 신중하게 처리한다. 검증보고서는 네이버가 직접 요청해 외부 검증을 받겠다고 한 결과물이고, 이런 검증을 받는 업체는 네이버 뿐이라서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검증을 진행한 KISO가 28일 설명자료를 내고 언론보도를 ‘오해’라고 지적한 것도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봐서다. KISO는 네이버가 KISO규정을 충실히 지키고, 지적사례는 조항에 대한 검증위원회의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네이버가 권한을 넘어선 자의적 판단을 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가 과도하지만 그렇다고 네이버 검색어 조치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검증위 보고서에 드러난 자극적 사례가 아니라 KISO가 제대로 검증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최태원-○○○’ 검색어 삭제는 삭제 과정 뿐 아니라 ‘검증’까지 의문스럽다. 최태원 회장과 ○○○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도 내연관계로 지목됐다. 

네이버는 ‘자체판단에 의한 삭제’라고 밝혔으나 검증위 조사에서 ‘신고에 의한 삭제인데 잘못 처리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직접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은 조현아측과 달리 최태원 회장이나 SK그룹은 네이버 고객센터에 신고한 적 없다. 대신 네이버는 검증위에 네이버 직원들이 주고 받은 E메일을 민원의 근거로 제출했다. SK그룹측에서 다른 방식으로 민원이 들어온 걸 인지한 직원이 담당부서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다른 직원들과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E메일이다.

KISO는 최태원 검색어 처리 방식이 ‘절차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지만 정작 SK가 어떤 방식으로 민원을 넣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썼다. 검증위원회는 네이버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민원을 받았는지, 민원 원본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다.

▲ KISO 검증보고서 내용. 검증위원회도 최태원 회장 측의 민원을 받는 절차에 문제가 있고, 민원 원본 확인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이상으로 밝혀내지 않았다.
▲ KISO 검증보고서 내용. 검증위원회도 최태원 회장 측의 민원을 받는 절차에 문제가 있고, 민원 원본 확인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이상으로 밝혀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검색어 삭제는 신고 없이도 가능하고, 다른 방식의 민원이 들어와도 직원들 간 논의를 할 수 있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삭제할 수 있는 사안인 것과 절차에 맞지 않는 경로로 민원이 들어왔고 네이버가 이를 수용했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다. 일반인이 이런 절차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나서서 업무를 처리해줄까? SK가 특별대우를 받지 않았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SK는 “삭제된 최태원-ㅇㅇㅇ-, 최태원-ㅇㅇㅇ-동아대 등의 연관 검색어들은 실제 최회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며 SK는 네이버에 어떠한 부당한 요청도 한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증 잣대인 ‘KISO 규정’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KISO 규정은 ‘루머’ ‘청소년 유해물’ ‘욕설/비속어’ 검색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판단을 방치하고 있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박근혜 7시간 시술’과 같은 의혹제기나 ‘박근혜 극혐’처럼 욕설로 보기 힘든 표현까지 무분별하게 차단했다.

중립적인 단어라도 검색 결과에 뜨는 내용이 이용자의 알권리보다 명예훼손의 정도가 클 경우 차단하게 한 것도 의문이다. 검증위는 ‘XX제품 후기’를 삭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XX제품 솔직후기’는 삭제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X투어 환불’ 검색어가 해당 기업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데다 실제 해당 기업의 환불이 잇따랐다는 증거 기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단 조치했는데 검증위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아무리 검증을 잘 해도 사람들이 찾아볼 수 없다면 의미 없다. 지금까지 KISO가 일반인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KISO사이트에 올려놓고서 ‘검증’이라고 말해온 점도 아쉽다. 지난해 연합뉴스가 ‘국회의원실’이 출처라고 강조하며 검증위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을 때 네이버는 “이미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는 파급력이 컸다. KISO나 네이버가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KISO는 최근 검증위 보고서와 관련해 언론과 소통 가능한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진일보한 결정이지만 담당자를 두고 질문을 받는다고 명쾌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의 검색어 삭제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증 내용을 ‘검증’받는 절차 정도는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