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경영진이 7월1일부터 주 68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앞두고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않아 내부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28일 노보에서 “SBS는 무제한 노동 체제에서 만들어진 낡은 시스템을 68시간 체제 하에서도 벗지 못한 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SBS본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단순한 노동시간의 문제가 아닌 SBS 경영모델의 전면 쇄신을 전제할 수밖에 없으므로 신속히 대안 마련에 나설 것을 1분기 노사협의회를 포함해 수차례에 걸쳐 지적했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적용해야 할 68시간 체제 협상안을 본사는 불과 십여일 전에, A&T는 닷새 전에 제시해 7월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 서울 목동 SBS본사. 사진=SBS
▲ 서울 목동 SBS본사. 사진=SBS

협상안 내용도 비판했다. SBS본부는 “사실상 무차별적인 공짜 노동을 전제로 한 근무체제와 법적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불법적인 시간외수당 보상 기준을 또다시 제시했다”며 “단계적인 68시간, 52시간 체제의 안착에 필요한 인력확충, 제작 시스템 변환 등의 계획은 아예 담겨 있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SBS본부의 협상 원칙은 ‘법대로 적용하고, 법대로 받고,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이다. 특히 드라마와 예능 부문은 장시간 노동으로 방송계 밖에서도 비판받아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SBS본부는 사측이 드라마·예능 뿐 아니라 교양부문에도 재량근무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사실을 전하며 “실제로는 보상기준을 넘어서는 장시간 노동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SBS노조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조합원들의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전체 조합원 1100여명 중 477명 응답) 초과 노동시간을 조합원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1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SBS본부는 “재량근무 제도의 핵심은 노동시간을 노동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과 다를 바 없는 무제한 ‘과로’와 보상없는 ‘공짜노동’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결과 현재 노동시간이 52시간 넘는 경우가 3분의2 이상, 68시간을 넘는 경우도 3분의1 이상으로 나타났다. 입사 연차별로는 연차가 낮을수록 초과 노동시간이 많았다. 5년 이하 조합원은 노동시간이 주 100시간 이상에 달한다는 응답이 15.2%, 주 80~100시간은 20%, 주 68~80시간이 25.7%로 주 68시간을 넘는 경우는 60.9%로 나타났다.

▲ SBS 노동조합 설문조사. 주 100시간 이상 노동한다는 응답자가 5.5% 나왔다. 자료=언론노조 SBS본부
▲ SBS 노동조합 설문조사. 주 100시간 이상 노동한다는 응답자가 5.5% 나왔다. 자료=언론노조 SBS본부

시간외근무도 논란이다. SBS본부는 “법적 기준인 통상시급의 1.5배에 한참 미달하고, 사측안을 토대로 몇몇 조합원의 시간외수당 보상액을 분석한 결과 기존보다 약 30% 안팎의 시간외수당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시간외수당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결과 ‘법정기준에 맞게 현실화 해야 한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임금총액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58%로 나타났다.

SBS본부는 “52시간 체제 이행의 전 단계로 68시간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순조로운 이행과 근본적 혁신의 발판이 아닌 일방적 희생과 책임회피를 전제로 한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 주부터 벌어질 방송 현장의 혼란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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