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전남CBS에 입사해 회사 간부에게 성희롱 등 피해를 당하고 두 차례나 해고된 강민주 PD에게 한용길 CBS 사장이 강 PD가 해고된 지 2년 만에 사과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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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장은 지난 22일 CBS 전 직원에게 문자로 보낸 입장문에서 “그동안 성희롱 사건과 부당해고로 강민주 PD가 고통을 받아왔고 CBS의 명예가 실추된 것에 대하여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울러 강 PD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CBS 전 직원에게 경영의 총책임을 맡은 사장이 강 PD의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한 첫 공식 사과문이지만, 정작 현재 CBS 직원 신분이 아닌 강 PD는 사장의 사과문을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 한 사장이 사과 입장문을 냈지만 강 PD는 자신에게 사과했는지조차 몰랐다. 강 PD는 28일 현재까지 회사로부터 사과의 뜻을 전하는 별도 연락을 받지도 못 했다.

한 사장은 이번 입장문에서 “강 PD에 대한 2차 계약해지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정상적 조치였다”는 지난 2월7일 회사 입장문에 대해 “CBS가 입장문을 발표하고 일주일 후에 광주지방노동청 여수지청은 전남CBS의 방송직 신입직원들의 기간제 근로계약서에 시정지시를 했으며 이들이 정규직 신분임을 확인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 한용길 CBS 사장.사진=CBS 제공
▲ 한용길 CBS 사장.사진=CBS 제공
한 사장은 지역 자치본부였던 전남CBS가 지난 12일 재단이사회 승인으로 본사 직할본부로 전환했다고 밝히며 “그동안 본사는 전남CBS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해결하고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치본부인 전남CBS에 대한 직할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로써 오랫동안 CBS의 아픈 부분으로 남아있던 강 PD에 대한 복직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2월 강 PD의 부당해고와 성희롱 피해를 다룬 다른 신문·방송 보도가 이어진 후에도 강 PD의 정규직 채용을 인정하지 않고 ‘계약기간 만료’라고 주장하다가 노동청이 근로감독에 들어가자 그제야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채용이었다’고 인정했다.

이번에 한 사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입장문도 최근 노동청이 강 PD 사건과 관련해 CBS 사측과 관련자들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후에야 나왔다. 노동청은 전남CBS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전남CBS(김의양 본부장)는 지난 4월3일 강 PD에게 보낸 공문에서 “회사의 법률 지식 부족으로 고용관계가 종료돼 그동안 고통받아온 귀하에게 유감을 표한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4월9일까지 업무에 복귀해 주기를 바란다”고 통지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단, 복귀 시점은 건강상의 문제 등 강 PD의 제반 상황을 고려해 단체협약 등 관련 규정의 범위에서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PD는 사측에 추가로 드러난 1·2차 피해에 대한 가해자 징계와 복직 후 가해자와 같은 사무공간에서 일하지 않도록 분리 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회사의 답변이 없어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이진성 지부장)도 지난 4월26일 낸 성명에서 “다시는 지금까지와 같은 부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환경으로 복직하게 해달라는 강 PD의 요구는 매우 상식적이고 마땅하다”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준이 잘못됐다는 것은 회사도 인정하는 바고, 회사가 입장문으로 낸 내용 안에 과거의 사실을 명백히 왜곡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역시 이미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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