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참세상 김아무개 기자는 황당하고 불쾌했다.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 수사에서 검찰이 자신의 통화내역을 조회했다는 사실을 알아서다. 검찰이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장 인근 통신3사의 기지국을 싹쓸이 수사해 659명의 인적사항을 무더기 조회하면서 현장 취재기자였던 그의 통화내역까지 가져갔다.

송경동 시인은 경찰이 자신의 핸드폰 송수신 위치를 실시간 추적한 사실을 알았다. 날을 더듬어보니 불법 현장도 아닌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희망버스 행사를 준비할 때 일이었다.

앞으론 개인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이런 무리한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수사기관이 통신사로부터 ‘기지국 수사’와 ‘실시간 핸드폰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에 6: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당장 위헌 결정하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높아 개선방안이 나올 때까지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은 2020년 3월까지 개정해야 한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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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2조는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통해 통신사에게 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언제, 어디서 통화했는지 알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 자료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통신비밀보호법 13조는 용의자를 특정하기 힘들거나 여러 지역에서 단서가 나올 경우 각 지역의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 추적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수사기관은 이런 정보수집 내용을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사후통지하고 있다.

헌재는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며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을 허용함으로써 정보 주체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기지국 수사는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됐다. 2015년 UN 시민 권리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자유권위원회)는 “기지국 수사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호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 헌법재판소. 사진=이치열 기자.
▲ 헌법재판소. 사진=이치열 기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수사상 필요가 있으면 누구에게나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게 문제였다”면서 “처음 통신비밀보호법을 만들 때는 통화 내용이 아닌 정보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 통화했는지 등을 담은 메타정보가 상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어떻게 법을 개정해야 할까. 오병일 활동가는 “감청(통신제한조치)은 그 적용 대상과 대상 범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통신사실확인자료도 감청에 준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통보방식은 수사가 이어지면 당사자는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어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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