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노동자의 상담·휴식 공간인 ‘휴(休)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점심시간에 노동법도 배우고 점심식사도 하는 ‘런치노동법’을 시작했다. 28일 서울 상암동 DMC산학협력연구센터 6층 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진행한 첫날 강연은 돌꽃노동법률사무소 소속 김유경 노무사가 근로계약서를 주제로 진행했다. 이날 30여명이 참석해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질문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미디어노동자쉼터는 달마다 ‘런치노동법’을 이어간다.

김 노무사는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오픈 카톡 채팅창 직장갑질119에서 단골 질문은 ‘근로계약서를 쓰셨나요’다. 놀랍게도 직장생활 오래한 분도 쓴 적 없다는 분이 많다. 두 번째로 계약서를 썼지만 사인만하고 회사가 가져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경우다. 구두계약한 경우도 있다. 나중에 분쟁이 생겨서 보면 불리한 조항이 있다”

노동자의 자유의사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에게도 교부해야 한다. 법보다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그 조항은 무효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상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김 노무사는 “현실에선 벌금 30만원 나오는 경우가 많아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 서울 상암동 휴(休)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28일 런치노동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노동쉼터
▲ 서울 상암동 휴(休)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28일 런치노동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노동쉼터

김 노무사는 근로계약서를 쓸 때 다음과 같은 조건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첫째로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등이다. 김 노무사는 “그냥 월 200만원, 이런 식으로 써선 안 된다. 포괄임금제는 예외지만 기본급·상여금·가족수당 이런 항목을 명시해야 하고, 연장·가산수당 등은 어떻게 계산하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소정근로시간, 업무의 시작·종료시각, 휴게시간 등도 근로계약서에 나와야 한다. 김 노무사는 “노동청에 가는 사건 중에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데 보통 퇴직금이나 연장가산수당을 다투는데 이때 노동시간 산정이 중요해진다”며 “노동자가 일한 시간을 알고 입증할 수 있는 게 중요하고 근로계약서에 시간이 적혀있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방송계는 ‘대기시간’을 두고도 논란이다. 사용자의 지휘·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야 휴게시간인데 사실상 업무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까지 휴게시간으로 포함해와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해 대가를 받지 못했다. 오는 7월4일 출범을 앞둔 방송스태프노조가 풀어야 할 과제다.

노동자의 업무가 무엇인지도 근로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 김 노무사는 “방송업에서 ‘작가’라고만 하면 안 된다. 원고만 쓰는 게 아니라 섭외도 하고 일이 늘어나는데 항변할 근거가 없지 않느냐. 큰 덩어리라도 업무를 적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연차, 유급휴가, 퇴직급여, 업무 장소 등도 적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서 명칭이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노무사는 “많은 사업장에서 ‘업무위탁계약서’, ‘프리랜서계약서’, ‘도급계약서’, 심지어 최근에는 ‘서비스계약서’라는 것도 봤다. 실제 내용을 보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로 볼 수 있으면 근로계약서”라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최근 악질적인 계약서를 봤는데 ‘이후 고용관계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더라”라고 지적했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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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보다 효력이 강한 규정이 많다. 근로계약서-취업규칙-단체협약-노동법 순이다. 김 노무사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취업규칙보다 조건이 나쁘면 그 문항은 무효”라며 “노조가 있다면 취업규칙보다 높은 수준의 노동조건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 등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열악한 조건의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노조가 있다면 단체협상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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