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ICT 업종에 종사자엔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발언하자 네이버노조 등 IT 업계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6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자연재해·사이버위기 등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지회장 오세윤)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김 부총리의 발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와 계열사, 자회사, 손자회사의 조합원 약 2000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네이버지회는 성명에서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IT 노동자들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의지와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네이버지회는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 관련 개발자들은 모두 밤을 새 장애대응을 한다. 전날 야근을 했더라도 서버 담당자는 퇴근 하자 마자 다시 출근을 하기도 한다. 지진, 폭염, 장마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장애 대응을 위해 자다 수시로 깨 알람을 확인하는 것이 IT노동자들의 삶”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야근과 밤샘근무, 새벽과 주말장애 대응은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포괄임금제의 틀에 갇혀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IT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7월 1일 시행될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 이상의 노동을 방지해 IT노동자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게 했다”고 털어놨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 관련 서울-세종간 영상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장관들과 영상을 통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 관련 서울-세종간 영상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장관들과 영상을 통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네이버지회도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에 맞춰 사측과 협의해 선택근로제 등을 도입하는 논의를 진행중이었다고 밝혔다. 네이버지회는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 위험하다”며 “오늘날 우리의 삶은 24시간 통신망과 인터넷서비스에 연결돼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불가피한 상황’은 광범위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버 다운이나 긴급 장애 발생의 해결책을 특별연장근로라 한 것을 두고 네이버지회는 “정부가 이미 과다 노동에 시달리는 IT 노동자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기업의 편의만 고려했”다며 “IT업계 긴급장애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은 문재인정부가 그토록 주장해왔던 ‘일자리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가피한 상황’을 IT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시간 노동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발상은 후진적”이라며 “기업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의 노동은 언제든 소모품 취급할 수 있다는 발상을 가진 정부라면 ‘노동존중’은 한낱 허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지회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노동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특별 연장근로 가능 발언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은 “김 부총리의 발언은 과다 노동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오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서버 다운이나 해킹에 의한 장애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52시간 근무제 실시를 한다고 해놓고 이 쪽 분야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는 것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지회장은 사람을 더 뽑아서 교대근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 사람에게 장시간 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27일 내놓은 자료에서 “특별 연장근로 인가(근로기준법 제53조제3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제도”라며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 등을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전에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연장근로시간의 한도인 1주 12시간을 넘어 연장근로를 하게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종전에도 AI방역, 통신망장애 긴급복구, 화재수습 등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해 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 4월2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NAVER)에도 IT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연합뉴스
▲ 지난 4월2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NAVER)에도 IT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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