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하자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의 경질성 인사라는 지적이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중심에 선 장하성 정책실장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27일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인사 교체 대상자의 작별인사를 제안하면서다.

임 실장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인사말을 당부하자 장하성 정책실장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정부 정책의 부침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은 전했다.

장하성 실장은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입을 뗀 뒤 “우리는 대통령의 비서로 들어왔고 국민의 비서”라며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촛불이 이 정권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이 인사 개편안을 문책성으로 해석한 언론에 불만을 제기한 건 다음 발언에 나왔다. 장 실장은 “국민의 힘으로 만든 정부가 세상을 바꿨다는 결과를 훗날 기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방향을 흔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지만 여러분이 결코 책임지고 떠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흔들고자 이번 청와대 2기 개편안을 경질성 인사로 규정한 걸 에두르지 않고 일침을 날렸다.

▲ 지난 1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 실장은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 시작, 새로운 추진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교체 대상이 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1년 동안 정부정책 대전환이 일어났다. 그동안 학자로서 주장하던 내용이 중요 정책으로 자리 잡아 무한한 영광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반장식 전 일자리 수석은 “지난 10년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말만 많았지 추진하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야 착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이뤄진 작별인사와 관련해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유쾌했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안점검회의 때 나온 발언을 전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의 발언을 상세히 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유임됐고, 교체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소득성장주도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앉힌 점에서 오히려 2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언론은 경제참모진 교체를 넘어 소득주도성장의 궤도까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앙일보는 27일자 사설에서 청와대 2기 인사개편에 “소득주도 성장 실험에 대한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그 책임을 물은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홍장표 전 수석에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을 주도하면서 기업 현장을 패닉으로 몰아갔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반시장적 획일적 방법 때문에 우리 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경제컨트롤 타워 논란까지 부추겼다. 중앙일보는 “이번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유임된 것은 기존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는 뜻으로 풀이돼 불확실성을 남겼다”면서 “김동연 부총리에게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도 말할 나위가 없다”고 보도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중심축인 장하성 정책실장의 힘을 빼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 속도론을 주문했던 김동연 부총리에게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노골적인 주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인사로 경제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장하성 실장이 유임됐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되, 정책 집행의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추진력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사실 그동안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정책 방향보다는 시행착오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장하성 정책실장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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