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경영진이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170일 파업 참여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려고 만든 ‘블랙리스트’가 아나운서, 카메라기자 뿐 아니라 취재기자를 대상으로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MBC 감사국은 문건 작성자인 황헌 전 보도국장의 징계를 요청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권재홍 전 보도본부장(퇴사)에 대해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BC 감사국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에 ‘취재기자 블랙리스트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2012년 1~7월까지 파업 동안, 황 전 국장이 권 전 본부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보낸 블랙리스트 문건이 실제 인사에 반영됐다는 내용이다. 박영춘 MBC 감사는 관련 문건에 포함된 취재기자 75명 중 62%에 달하는 47명이 해고·정직·징계·교육·전보 등 실제 보도부문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감사국은 권 전 본부장과 황 전 국장 인트라넷 메일 로그에 ‘기자’, ‘인사’, ‘배제’ 등 키워드를 검색해 의심 메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색 결과 지난 2012년 7월7일 황 전 국장이 권 전 본부장에게 ‘201207인사안’이라는 제목의 한글파일을 첨부해 보낸 이메일 로그가 나타났고, 황 전 국장 동의를 얻어 이를 열람했더니 실제 인사안으로 확인됐다.

이후 감사국은 황 전 국장이 재임기간 권 전 본부장에게 보낸 메일 로그를 추가로 조사해 2012년 2월25일 ‘보도부문에서 일벌백계해야 하는 대상’ 등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낸 이메일을 확보했다. 당시는 파업기간이었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우선 2012년 2월 이메일에서 황 전 국장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사규다. 궁극적으로 형(권재홍)과 제가 이 힘든 싸움을 보람 있게 끝맺을 수 있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수단”이라며 “보도부문에서 회사가 반드시 일벌백계해야 하는 대상”을 전했다. 명단에는 △기자회 제작거부 주도 △배후에서 파업 독려 또는 불참자 회유·협박 △제대로 뉴스데스크(파업 뉴스) 참여 △돌발 행동으로 MBC 명예·신뢰 훼손 등에 해당하는 기자 24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당시 박성호·박성제 기자 등 2명의 해고자를 포함해 총 18명이 실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파업이 끝날 무렵인 2012년 7월7일, 역시 황 전 국장이 권 전 본부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보도부문 인사배제 리스트’가 포함됐다. 감사국이 7월18일자 대규모 인사발령의 핵심자료로 간주한 내용이다. 해당 문건에는 △인사 배제 리스트(66명)를 기본으로 △최우선 보도부문 배제 대상(15명) △간부급 사원 가운데 징계를 받지 않은 보도부문 배제 기본 대상(12명) 등이 분류돼있었다. 감사국은 66명 가운데 43명의 기자가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감사국은 황 전 국장이 “인사안 작성은 권 전 본부장 지시”라고 소명했다고 전했다. 권 전 본부장이 ‘파업 종료에 대비해 인사안을 짜서 올려라. 노조 전임자, 기자회 집행부, 파업 참여 보직자, 대기발령 받은 자들은 보도국 각 부서에 배치하면 업무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니 참고하기 바란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감사국은 황 전 국장이 지난 시절 MBC가 자행한 잘못으로 경력기자 대거 채용과 파업 참여자들의 현업 배제 등을 꼽으며, 한 명이라도 더 현업부서에 배치하려 최선을 다하지 못한 행동에 자신을 격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전 국장 본인은 감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다. 황 전 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감사 보고서)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인사위원회에서 다 소명했기 때문에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인사 담당자이자 블랙리스트 관련자로 지목된 권 전 본부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