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이 쇄신을 논하면서도 선수별로 찢겨 갈등하고 있다. 한국당은 초선‧재선 모임, 3선 의원 모임, 중진 의원들로 나뉘어져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게 찢겨진 한국당 내에서 그나마 세력을 구성한 김무성 의원으로 대표되는 ‘복당파’가 당권을 잡으려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당 내에서는 선수별 의원 모임이 활발하다. 25일에는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이 4시간 가량 이어졌다. 같은날 4~5선 중진의원들은 김성태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하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26일 오전에는 한국당 3선 의원 모임이 이뤄졌다.

25일 초재선 의원모임의 간사인 박덕흠 의원(2선)은 “이날 초재선 모임에 53명이 왔고, 주로 내용은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의견이었는데 다수 의견은 유임하면 좋겠다로 모아졌다”고 밝혔다.

▲ 25일 열린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 사진=정민경 기자.
▲ 25일 열린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 사진=정민경 기자.
초재선 의원 모임은 보통 ‘친박계가 대다수’라지만 탄핵된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한국당 분위기 때문에 대놓고 자신을 ‘친박’으로 소개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친박’으로 분류돼왔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2선)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친박, 비박 구도로 계파갈등을 조장하며 선거참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친박을 만들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 지금 한국당에서 친박이라고 분류되는 의원들은 출생 자체가 ‘친박근혜’일 수 있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박근혜’를 전면에 세우면 득이 될 것이 없는데 왜 그들이 ‘친박’을 자처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친박이냐 비박이냐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고, 사실상 지금 가장 큰 계파라고 볼 수 있는 일명 ‘복당파’인 친김무성 세력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무성 의원이 15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김무성 의원이 15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친김무성’파는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복당파’로 김성태 원내대표와 장제원 전 대변인, 박성중 의원, 김재경 의원, 권성동 의원 등 10여명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당 내 ‘복당파 모임’과 ‘3선 의원 모임’으로 세력화되고 있다. 26일 오전 ‘3선 의원 모임’을 끝내고 강석호 의원(4선)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퇴진 요구가 있었지만 퇴진보다는 현재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고, 원구성이 시급하기에 퇴진은 부당하다는 의견으로 일치됐다”고 말했다. 이에 3선 의원들 모임은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중진 의원들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심재철(5선), 이주영(5선), 유기준(4선), 정우택(5선), 홍문종(4선)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는 마땅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경원 의원(4선)은 이들과 별개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태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올렸다. 한국당 중진들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구성한 혁신위원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안상수)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의 초선과 재선, 3선, 중진들이 모임을 활발하게 가지고 각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당권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중진들이 김성태 원내대표에 즉각사퇴를 요구한 것은 자신들이 당권을 가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본다”라며 “하지만 현재 김무성 의원 외에는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현재 김성태 원내대표가 구성한 혁신위 준비위 위원장에는 계파색이 옅은 안상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를 토대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당에 영향력을 쥐고, 복당파 좌장인 ‘김무성 당대표’가 만들어질 초석을 다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친박, 비박 프레임’의 단초가 된 것은 ‘박성중 메모’(박성중 의원이 복당파 모임에서 적은 메모로, ‘친박 목을 친다’ 등의 글이 적혀있다)인데, 이른바 ‘친김무성’계가 친박과 비박 갈등을 만들고 자신들은 다르다는 식으로, 개혁적이라고 광고하면서 당권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의 갈등은 ‘친박, 비박’의 갈등이 본질이 아니라 ‘친김무성계’와 세력을 만들지 못했지만 당권을 잡고 싶은 중진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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