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함께 발표한 신규 원전 4기의 사업 철회 결정 때문에 ‘일자리 3만개가 날아갔다’는 중앙일보 보도의 출처가 잘못 인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자는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를 인용했지만 정작 그 자료에서 인용한 보고서 작성 기관은 그런 데이터를 집계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지난 18일자 1면 머리기사 ‘원전 4기 철회 일자리 3만 개 날아갔다’에서 한수원이 신규원전(천지·대진) 4기를 철회한 것을 두고 “피해는 주로 중소기업이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원전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2기를 건설할 때 참여하는 대기업은 7곳이지만 중소기업은 1993곳에 달한다”며 “투입되는 인력(약 1만5000명)도 90%가 중소업체 소속이다. (중략) 한수원이 이번에 4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취소하면서 일자리도 3만 개가 날아간 셈”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가 인용했다는 ‘원전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를 매년 생산하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원전 2기 건설하는데 인력이 1만5000명 투입된다는 내용을 수록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조사 또는 집계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원전 산업을 조사해 만든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원전을 건설하는데 드는 인력 조사내용이 없다. 다만 원자력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전체가 3만5000명에 달한다는 내용만 나온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소재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 연합뉴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소재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 연합뉴스
조현갑 한국원자력산업회의 경영기획실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도 그 기사를 보고 놀라서 중앙일보 기자에게 확인했더니 기자가 ‘보고서를 보고 쓴 것이 아니라 정운천 의원 주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주한규 서울대 교수의 발제문을 보고 쓴 것’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이번엔 주한규 서울대 교수에게 그 데이터는 ‘우리 실태조사 내용에 없다’고 했더니 기억을 자세히 못하더라. 착각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분명한 것은 이 데이터는 원자력산업회의 데이터가 아니고, (중앙일보 기자도) 이 자료를 (직접) 보고 기사를 쓴 것이 아니고, 서울대 주한규 교수의 토론회 자료를 보고 썼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월10일 정운천 의원이 주최한 ‘원전수출 생태계 조성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주한규 교수는 ‘성공적인 원전 수출을 위한 지속가능한 원전산업 생태계 조성방안’ 제하 발제문에서 원전 2기 건설시 투입인원 통계가 1만4551명이라는 표를 제시했다. 주 교수는 이 표의 출처를 ‘원전산업 실태조사 보고서(한국원자력산업회의, 2015)’라고 표기했다. 이에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교수는 자신이 발제문를 쓸 때 출처표기를 오기했다면서도 통계의 내용은 맞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25일 “내가 출처를 오기했다. 내가 실수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발제문에 실린 표의 내용은 맞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자신이 인용한 출처에 대해 원자력산업회의가 작성한 ‘원자력산업 실태조사 보고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출소위의 보고서에 들어있는 표라고 설명했다. 이 표가 들어있는 출처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정책보고서 원전수출 촉진방안 정책제안‘이라는 보고서였다. 이곳에도 원전 2기 건설시 인력 1만5000명이 투입된다는 표 내용이 별첨으로만 삽입돼 있을 뿐 이 표의 출처는 없다. 더구나 정부의 공식자료도 아니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대표적인 친원전 연구단체로 알려져있다. 주 교수는 “보고서 작성경위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중단 조치를 취할 때 나온 자료를 업데이트했다. 정부 공식자료는 아니다. 하지만 표 내용은 맞다. 내가 왜 이렇게 썼는지 착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표 내용이 맞다해도 ‘일자리가 3만개 날아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분석이냐는 지적에 주 교수는 “제가 일자리가 날라갔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나는 발제문에서 이런 고용효과가 있다고 쓴 것이고, 일자리 3만개가 없어져 실업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해석일 수 있다”고 답했다.

기사를 쓴 장원석 중앙일보 기자는 25일 출처가 맞는지 원데이터를 확인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 등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 중앙일보 2018년 6월18일자 1면
▲ 중앙일보 2018년 6월18일자 1면
정부는 중앙일보 기사내용에 에너지 전환정책이 추진되면 일자리가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내놓은 보도설명자료에서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을 할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일자리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전 4기에 해당하는 설비용량(6GW)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단순 대체할 경우 약 7만3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원전 4기 폐쇄결정했다고 일자리 3만 개가 날아갔다는 주장은 기존의 원자력 산업을 고수하고 탈원전을 거부하려는 주장이고 실제 일자리는 더 많이 창출된다고 본다. 오히려 일자리를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 하나 사라졌으면 그만큼의 대체 수요가 생긴다”고 말했다.

▲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교수가 지난 5월10일 정운천 국회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한 자료. 주 교수는 출처표기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교수가 지난 5월10일 정운천 국회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한 자료. 주 교수는 출처표기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발간한 2015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나오는 원자력 산업인력 규모. 이 보고서에는 원전 2기 건설시 투입되는 인력 규모가 나와있지 않다.
▲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발간한 2015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나오는 원자력 산업인력 규모. 이 보고서에는 원전 2기 건설시 투입되는 인력 규모가 나와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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