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김종필 전 총리에게 추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5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 문제는 김부겸 장관이 준비가 되는대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종필 전 총리의 공과를 놓고 훈장 추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훈장 추서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면서 최대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총리의 조문도 가지 않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추서를 하러 가는 김부겸 장관에게 대통령께서 다음과 같은 뜻을 전달했다”며 “‘유족들에게 예우를 갖춰서 예도를 표하라’ 그리고 대통령의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을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조문을 간 적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통령이 조문을 가면 다시금 김 전 총리의 공과를 따져 훈장 추서를 둘러싼 해석 논란으로 불붙을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되도록 논란을 자초하지 않으려고 조문을 가지 않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훈장 추서 논란에 “저희가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그 의견들에 대해서 다 고려를 해서 이런 결정(훈장 추서 결정)을 내렸다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과거 전직 총리에게 훈장을 추서한 것과 비교하면 김종필 전 총리에게 주는 훈장 역시 특별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하려는 모습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최근 세상을 떠난 전직 총리는 이영덕, 박태준, 남덕우, 강영훈 총리다. 이영덕, 남덕우 전 총리는 별세 당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고, 박태준 전 총리는 창조근조훈장을 받았다. 강영훈 전 총리에겐 훈장을 추서하지 않았다.
이에 관계자는 “박태준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받았다. (별세 때 받은)창조근조훈장은 공직자들이 받은 훈장이다. 그래서 공직자 훈장을 받았고, 강영훈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받았다. 돌아가실 때는 추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직 총리 중 모두 생전이나 돌아가실 때 모두 무궁화장을 받았기에 김종필 전 총리의 무궁화장 추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뉘앙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훈장 추서를 하게 되면 공적이 있어야 하는데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드렸던 말씀으로 받아주길 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앞서 김부겸 장관은 24일 김종필 전 총리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으로 결정될 것으로 안다”며 “한국 현대사에서 영욕을 겪으면서도 당신이 해야될 몫을 당당히 해주신데 늘 감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셨고 전임 총리이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 정부에서 소홀함이 없게 할 것”이라면서 “훈장을 추서해 드리기로 내부적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김종필 전 총리 훈장 추서 문제는 고인 예우를 떠나 공과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며 정치권 안에서도 논란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게시물이 160건 가까운 올라왔다. 4·19 혁명을 총칼로 무너뜨린 군사쿠데타의 주역의 훈장 추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김종필 전 총리 훈장 추서를 추천한 인사를 파면해야 하고, 일제잔재의 청산과 적폐청산을 위해서라도 훈장 추서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