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25일 한국당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인 24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준비위원회(준비위)를 구성하고 발표했는데, 한국당 중진 의원들은 이런 김 원내대표의 행동이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중진과 함께 한국당의 초선과 재선의원들도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한국당 심재철(5선), 이주영(5선), 유기준(4선), 정우택(5선), 홍문종(4선) 의원들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는 마땅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투톱이었던 김 원내대표는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가 즉시 사퇴해야 한다며 최근 김 원내대표가 내놓은 한국당 쇄신안(중앙당 해체, 원내정당 지향)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중진의원들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비대위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이라며 준비위원회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4선의 나경원 의원은 중진과 함께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조기전대 반대 및 비대위 구성결정, 당 해체 쇄신안 발표, 비대위 준비위 구성 등을 일방으로 밀어붙였다”며 김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다만 나경원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즉각 사퇴를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다. 나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토론부터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른 중진 의원들에 비해 ‘톤 다운’(tone down)된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24일 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했는데, 준비위원장은 3선의 안상수 의원이었고 현역 의원으로 박덕흠 의원과 김성원 의원이 포함됐다. 이외에 ‘홍준표 영입인사’인 전 MBC 앵커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도 포함됐다. 박덕흠 의원과 김성원 의원은 현재 한국당의 절반이 넘는 초선‧재선 의원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런 준비위 구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초선과 재선 의원을 달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친박 성향이 대다수인 한국당 초선과 재선의원 사이에선 준비위 구성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했고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쇄신하는 한국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근 당내 계파 갈등 등을 의식한 듯 김 원내대표는 “저희는 어느 누구를 미워하고 탓하고 원망해서는 안된다. 저는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초선과 재선 외 당협위원장 등을 준비위에 포함하는 등 객관성을 담보했고, 저는 아무런 사심 없이 비대위가 우리당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중진의원 중심으로 김성태 원내대표의 즉각사퇴가 요구되는 가운데 25일 오후로 예정된 한국당 초선과 재선 의원 모임에서 어떤 주장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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