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국면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보도가 ‘한반도 멸시’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일본 학자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두 신문은 일본 신문업계에서 발행부수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언론학자인 모리 토모오미 오타니대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8 한·중·일 언론교류 세미나’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 대표 언론보도 논조를 분석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두 언론사 사설과 해설 기사를 분석한 결과 “북한에 대한 일본 언론의 고정된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시히신문이 각각 일본에서 보수·진보 진영을 대표함에도 한반도 평화 국면에서 나타난 부정적 논조에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모리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요리우리신문 모두 북한은 본질적으로 비정상·무법 국가이며 핵무력을 배경으로 협박과 약속 파기를 반복하는 폭력 집단이라는 인식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 제재로 북한을 압박해 변화시키는 방법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도 두 신문의 공통 입장이다. 즉, 북한은 말이 통하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상대이기에 제재에 의한 압력 밖에 없다는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미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에 서명한 6·12 싱가포르 합의에 아사히신문은 “합의 내용 빈약”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추상적인 합의”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이제 남은 것은 대북 제재”라는 조선일보 등 국내 보수·극우 진영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2002년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제기된 후 일본에서 북한 보도에 보도윤리가 결여돼도 좋다는 풍조가 커졌고 이로 인해 각종 오보와 유죄 추정 보도 등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모리 교수는 이러한 보도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이 누락돼 있고 한반도 멸시관이 반영돼 있다”며 “‘일본인 납치’라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북한에 대해 ‘어둡고 비정상적이며 괴상하다’는 이미지를 심었다”고 평가했다.
모리 교수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과거 식민주의자였던 일본은 과거 청산을 불문에 부친 채 ‘납치 문제’의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한 뒤 “반면 북한은 도덕적, 법적 가해자가 됐다. 언론 보도에 의해 ‘일본=피해자’ ‘북한=가해자’라는 구도가 일본에서 굳어졌다. 이런 현상은 재일조선인에 대한 증오 범죄로까지 이어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