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치권 불법후원을 한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받은 쪽의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0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더 수사하도록 지휘하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치자금 공여자 측 공모 여부에 다툼이 있고, 돈을 준 공여자와 받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수수 범죄의 본질상,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소명을 위해서는 수수자 측 조사가 상당 정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데,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었음에도 현재까지 금품수수자인 정치인이나 그 보좌진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런 부분 등 필요한 부분들을 더 수사해 보강할 것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는 “핵심 피의자가 부인까지 하고 있다. 경찰은 대가성이 있는 것처럼 자료를 냈는데, 그렇다면 받은 쪽(국회의원)에서 (후원금을 받았을 때) 어떻게 알고 있었고, 적어도 서로간에 생색내려고 한 부분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 부분이 조사가 안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자가 많은데, 이들이 어떤 경위로 받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수사 초기단계도 아니고, 오래 진행됐다면, 받은 쪽 조사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그동안 돈 받은 쪽 관련 수사 보강 등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이제와서 그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공모다툼이란 황 회장 포함 임원들이 부인하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며 “받은 쪽 의원실 조사가 안됐다는 것은 그 사건 담당검사와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그동안 전혀 언급이 없다가 이제와서 조사가 안됐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월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월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불법 정치후원금이) 제공된 것은 명백하다”며 “정치자금법에서 모르고 받으면 처벌이 어렵다. 그래서 제공한 쪽 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록을 더 봐야 하겠지만, 필요한 부분을 더 진행해서 영장을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면밀히 봐서 다시 수사방향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는 “모르고 받았다 해도 그 것 조사해봐야 한다. 오히려 모르고 받았다면 대가를 바라고 줬다는 경찰 발표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논리구조가 보완할 부분이 있으니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진행한 수사인데 우리가 다 지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거대기업 CEO 구속영장이라면 충분한 소명이 돼야 한다. 소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대검찰청 깃발. 사진=연합뉴스
▲ 대검찰청 깃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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