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좌장이자 8선 중진의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오전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서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줄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때인 지난해 9월 혁신위원회(류석춘 위원장)가 친박계 실세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계파 전횡 등 책임이 무겁다며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두 의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하기도 했다.

▲ 지난 3월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3월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한국당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탈당 권유’의 징계 의결을 받은 당원은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제명 처분된다. 하지만 국회의원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확정하기에 지금까지 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4일 지방선거 참패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홍준표 전 대표는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 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내가 만든 당헌에서 국회의원 제명은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이를 강행하지 못하고 속 끓이는 1년 세월을 보냈다”고 술회했다.

홍 전 대표는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 등을 거론하며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우외환으로 1년을 보냈다.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입장문에서 “한국당은 아직도 ‘친이’,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라면서 “내가 자리를 비키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다. 결국 ‘친이’, ‘친박’의 분쟁이 두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가 실종된 빈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 잡고 독주가 횡행한다. 나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며 “특히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 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청원 의원 입장문 전문이다.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

저는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납니다.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눈물은 흘리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당이 위기입니다. 언제 위기가 아니었나 싶지만, 위기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거듭된 실수로 결국 국민의 마지막 심판을 받았습니다. 당은 해체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폐허에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국가는 계속 살아야 하고, 국민은 오늘도 어김없이 살림을 해야 하고, 보수정당도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건강한 보수정당은 나라의 기둥이고, 국민의 기댈 언덕입니다. 그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에야말로 건강하게 거듭나야 합니다.

‘실종된 정치’가 복원돼야 합니다. 보수정당이 다시 태어나 튼튼하게 국가를 지키는 것이 정치복원의 첫걸음이라 믿습니다. 정치가 실종된 빈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 잡고 독주가 횡행합니다.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입니다. 특히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큽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자유한국당이 다시 ‘불신의 회오리’에 빠졌습니다.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이’,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결국 ‘친이’, ‘친박’의 분쟁이 두 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습니까? 역사는 그렇게 기술될 것입니다

이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 주시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