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 낙하산’ 논란을 부른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사퇴 여론이 가열됐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신문 주요 주주는 기획재정부(33.86%), 우리사주조합(32.01%), 포스코(21.55%), KBS(8.98%) 등이다. 정부가 1대 주주라는 점에서 서울신문 지배 구조 개편은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간주돼 왔다.

지난달 3일 취임한 고 사장은 사장 선임에 앞서 우리사주조합과 ‘사주조합을 1대 주주로 만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신문 독립언론 추진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서에는 “서울신문 대주주 기획재정부 동의는 고광헌 (당시 사장) 후보가 상법상 정식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받기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와 관련해 고 사장은 4주 안에 기획재정부 대표(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동의를 받지 못하면 사퇴한다는 각서도 썼다. 약속한 시한인 4주에 더해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5일까지 이행 시한을 2주 더 늘렸지만 고 사장은 기재부 서명을 받아내지 못했다.

고 사장은 지난 17일 사내에 “협약서에 기재부 사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주조합이 정한 약속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주조합과 기재부가 모두 동의하는 협약서를 만들기 위해 1~3차 수정안을 주고받았으나 기재부의 최종 보고 과정에서 2차관이 비우호적 반응을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주조합이 요구한 시한 내 사인을 받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고 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지부장 장형우)는 지난 18일부터 출근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오전 시위에 나선 강병철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부지부장은 “고 사장 스스로 약속한 4주가 지났다. 사주조합이 추가 시한을 줬지만 고 사장은 두 번 모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부지부장은 “기재부가 현재 서울신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노조 입장에선 투쟁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앞서 성명을 통해 “사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출근 저지 투쟁, 점거 농성, 연대 시위, 외부 선전전 등을 비롯해 투쟁력을 모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하나하나 실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도 19일 성명에서 “더 이상 기약 없이 기다리거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서울신문에 애정이 있다면 서둘러 거취를 밝혀 달라”며 사실상 고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박록삼 조합장은 “고 사장이 서울신문 협약서에 부총리 서명을 받아오길 기다렸지만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 사장이 이젠 남 탓하지 말고 직접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기재부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 KBS, 포스코 등이 고 사장을 서울신문 대표로 앉힌 상황에서 1대 주주인 기재부가 책임을 회피해 고 사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고 사장은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서명을 받아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장 사퇴 의사를 밝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서울신문 경영기획실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울신문 독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한 뒤 “현재 기재부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오늘 당장이라도 (협약서 사인을) 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하지만 앞서 고 사장이 협약이 더딘 까닭으로 지목한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19일 통화에서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있어 당장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면서도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우리가 언급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서울신문 경영진들과 조금 더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청와대 의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기재부는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신문 독립성 보장을 약속한 만큼 서울신문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해선 현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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