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 낙하산’ 논란을 부른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에 대한 사내 퇴진 여론이 일고 있다. 고 사장이 취임 전인 지난 4월 각서까지 쓰며 ‘서울신문 독립’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사퇴 여론이 가열됐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신문 주요 주주는 기획재정부(33.86%), 우리사주조합(32.01%), 포스코(21.55%), KBS(8.98%) 등이다. 정부가 1대 주주라는 점에서 서울신문 지배 구조 개편은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간주돼 왔다.
지난달 3일 취임한 고 사장은 사장 선임에 앞서 우리사주조합과 ‘사주조합을 1대 주주로 만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신문 독립언론 추진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서에는 “서울신문 대주주 기획재정부 동의는 고광헌 (당시 사장) 후보가 상법상 정식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받기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고 사장은 지난 17일 사내에 “협약서에 기재부 사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주조합이 정한 약속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주조합과 기재부가 모두 동의하는 협약서를 만들기 위해 1~3차 수정안을 주고받았으나 기재부의 최종 보고 과정에서 2차관이 비우호적 반응을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주조합이 요구한 시한 내 사인을 받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시위에 나선 강병철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부지부장은 “고 사장 스스로 약속한 4주가 지났다. 사주조합이 추가 시한을 줬지만 고 사장은 두 번 모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부지부장은 “기재부가 현재 서울신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노조 입장에선 투쟁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앞서 성명을 통해 “사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출근 저지 투쟁, 점거 농성, 연대 시위, 외부 선전전 등을 비롯해 투쟁력을 모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하나하나 실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도 19일 성명에서 “더 이상 기약 없이 기다리거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서울신문에 애정이 있다면 서둘러 거취를 밝혀 달라”며 사실상 고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박록삼 조합장은 “고 사장이 서울신문 협약서에 부총리 서명을 받아오길 기다렸지만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 사장이 이젠 남 탓하지 말고 직접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서울신문 경영기획실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울신문 독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한 뒤 “현재 기재부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오늘 당장이라도 (협약서 사인을) 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청와대 의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기재부는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신문 독립성 보장을 약속한 만큼 서울신문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해선 현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