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연고’ 휴전선 근처 뜨거운 부동산시장

접경지 토지 시장은 최근 위성사진만 보고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아올라 있다. 부동산시장에선 벌써부터 파주, 연천, 고성을 일컫는 ‘파연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경기 파주 땅값은 전월 대비 1.77% 올랐다. 전국 토지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경기 연천(1.01%)과 강원 고성(0.73%) 등 다른 접경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지난 14~15일 ‘필드 아카데미’를 열었다. 필드 아카데미는 최근 매물로 나왔거나 거래된 땅을 직접 보면서 가치를 분석하고 투자 노하우를 알려주는 정기 부동산 현장답사다. 이번 주제는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땅값이 들썩이고 있는 북한 인접 토지 투자 요령이었다. 이른바 접경지 토지 시장조사쯤 된다.

동아일보가 19일 경제2면에 접경지 현장답사를 따라가 ‘동행 르포’를 실었다. 이날 행사엔 현급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16명이 참석했다. 사진 속 투자자들은 고준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열심히 받아 적기에 여념이 없다. 동아일보는 친절하게도 이들의 얼굴을 가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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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일자 경제2면

기획부동산이 개발 불가능한 땅을 그럴싸한 매물로 포장해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다. 사고 나면 각종 규제에 얽혀 개발이 쉽지 않아 낭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휴전선이 워낙 길어 정부가 어디에 삽을 꽂을지 알기 어렵다. 정부의 보상을 노리고 사 두는 건 로또 당첨과 같다.

동아일보 말대로 파주시 문산읍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관계만 보고 매매한 땅 가운데 아직도 당시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현금 자산만 10억원 이상 가진 사람들과 그들을 위한 은행의 고급서비스, 그를 취재해 머리기사로 채워주는 신문까지 삼박자가 딱 맞다.

서울시 공공화장실 생리대 비치 찬반투표

서울시가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 비치 정책을 놓고 시민투표를 다음달 18일까지 진행한다. 투표는 서울시의 온라인 시민제안 창구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에서 진행한다. 서울 시민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이 안건을 제안했다. (경향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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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일자 16면

서울시는 투표에서 나오는 시민들 의견을 수렴해 생리대 지원 사업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내일쯤이면 보수언론이 퍼주기 복지라는 틀에 맞춰 무더기로 가져가는 사람을 어떻게 막을 거냐고 힐난하겠지만, 3선 시장은 일단 투표라는 방식으로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2016년 일부 저소득층 청소년이 생리대를 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언론 보도 이후 공공 생리대 요구가 높아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일가정 양립 근로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한국일보 13면) 직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임

금, 승진, 취업, 업무배치에서 대부분 2배 정도 성차별 당한다고 답했다. 임금에서 성차별은 남성 24.8%가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2배가 넘는 57.4%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승진시 성차별 경험도 여성은 50%, 남성은 26.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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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9일자 13면

차별 당하는 이유는 주로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44.1%)’가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를 맡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의 ‘변절’?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50)가 조선일보 23면에 머리기사에 등장했다. 에세이집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메디치) 출판에 맞춰 조선일보와 인터뷰했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31년전 이한열이 최루탄 맞은 몇 걸음 뒤에 있었고, 20대는 도시 빈민과 민중운동을 했고, 30대는 진보정당에서 일했고, 정부기관에서도 근무했고 마흔 무렵에 ‘88만원 세대’를 썼다. 우씨는 “쉰 살인 지금은 반성한다.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았는지 알았다”고 했다.

기자가 ‘변절, 전향했다고 비난받지 않을까’라고 묻자 우씨는 “보수든 진보든 권력은 구조가 똑같다. 좋은 자리 차지하려 줄 서고 ‘어깨 싸움’을 벌인다. 나도 한때 패거리 만들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좋은 자리 제안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엔 “작년에 지방공기업 사장 제안이 있었다. 많이 고민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면 앉힐 자리 2만개가 생긴다고 했으니 정권 창출에 음양으로 기여했다고 여기는 이들은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이 나라 현대정치의 습성이었다. 그러는 사이 300여 개 공기업은 줄줄이 망해갔다. 이를 두고 우씨는 “국토부 장관은 월세 사는 30대 중에서, 농림부 장관은 젊은 귀농인 중에서, 교육부 장관은 어린이집 선생님 중에서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좌우를 떠나 남성 엘리트중심인데 이런 환경에선 다양성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늦게 얻은 7살, 5살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서너 시간 글 쓰고 책을 읽고 오후엔 아이들 데리고 온다는 우씨의 작은 행복을 굳이 조선일보가 나서 ‘변절’ ‘전향’이란 이분법으로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우씨처럼 소시민이 되려는 이도 있지만, 여전히 이한열 옆에서 서 있는 386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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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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