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정운영 위협요소를 가정해 대응키로 했다. 6.13 지방선거가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지만 이에 도취하면 국정운영을 흐린다고 보고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청와대는 특히 지방권력 부정부패에 대대적 감찰을 예고했다. 공직기강 다잡기로 기존 정부가 되풀이해온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도다.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협요소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조국 수석의 보고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2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과거 정부를 타산지석 삼아 과거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단결 협력하여 국민 지지 하에 국정을 성공시키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조국 수석은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토착 비리 근절의 연장선상에서 올 하반기 지방권력을 상대로 한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 대변인은 감찰 대상에 대해 “새로 바뀐 지방정부 뿐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아우른 것이고 이전 지방정부가 아니고 새로 들어선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지방정부”라고 말했다. 여당 압승을 바탕으로 사정 바람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승리감에 도취돼 해이해지거나 쉽게 긴장이 풀어지는 경우 미리 사전에 경각심”(김의겸 대변인)을 주는 차원의 감찰이라는 설명이다.

조국 수석은 과거 정부 국정 상황이 준 교훈으로 “집권세력 내부 분열 및 독선, 내부 분파적 행태 및 국민을 대상화하고 계몽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민생에서 성과가 미흡하고 소모적 정치 논쟁으로 갈등 국면이 계속되면서 국민들 피로감이 가중되는 경우”, “자기혁신과 정부혁신의 미흡으로 혁신동력이 떨어지고 관료주의적 국정운영과 관성적 업무 태도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잃게 되는 경우”를 꼽았다.

조국 수석은 국민들이 민생분야에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정도의 정부 성과를 기대하고, 정부-여당의 오만한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에 경고를 보내고 독선과 독주에 따라 긴장 이완을 낳고 정부 권력 투쟁으로 발현될 위험성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정부 대응 기조를 발표했다.

조국 수석은 △겸허한 정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보고했다. 조국 수석은 집권세력 내부의 원심력이 강화될 요인을 사전에 제어할 필요가 있고 오만과 아집, 독선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 탄생 촛불 정신을 되새겨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 된 초심을 지속 확인하고, 청와대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윤리임을 강조했다. 조국 수석은 청와대와 부처 간 소통을 통해 정책 혼선을 막아야 하고 공직자들이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조국 수석은 끝으로 “국민이 주인되는 정부를 실현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2기 대응 기조를 정리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을 민정수석실이 감시하고, 민정수석실이 중심이 돼 청와대와 정부의 감찰에도 악역을 맡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조국 수석의 보고에 “개각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날 발표된 문재인 정부 2기 대응 기조에 따라 개각 진용이 갖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이날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영상 중계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이날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영상 중계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 13 지방선거 결과에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그런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그런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저는 이게 개인적으로 압도적 승리다. 높은 지리를 받았다는 것 이상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아주 깊은 감회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말 꿈꿔왔던 그런 일이고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노력한 그런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목표로 내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람이 이번 선거에서 실현됐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다. 보수정권의 지역기반이 됐던 영남에 민주당 소속의 당선자를 낸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지역을 매개로 한 선거 구도에 파열음을 내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특히 3당합당으로 인해 지역주의가 고착화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문제 의식 속에 이번 선거는 이를 타파한 결과를 가져왔다. 3당 합당은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민주정의당이 그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참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자 민주당 김영삼 총재와 공화당 김종필 총재를 끌어들여 3당 합당해 민자당을 만든 인위적 정계개편을 말한다. 3당 합당으로 호남을 고립시켜 지역주의 정치가 형성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에 반대하며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 동구와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서울 종로구에도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또다시 16대 총선에도 부산에 출마했지만 낙선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는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은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기 위한 자기 희생이었고, 지역주의 타파가 노 전 대통령의 목표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봤던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노 전 대통령이 원했던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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