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황창규 KT 회장 등 4명의 전현직 KT 임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자 KT 내부에선 크게 우려하는 반응이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대장 김태현 경정)는 18일 상품권 깡 방식으로 조성한 현금 4억4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 계좌에 임금한 혐의로 황창규 회장을 포함해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 회장 외에 영장이 신청된 이들은 현직 사장인 구현모(54) 씨, 전직 CR부문(대관업무담당) 임원인 맹아무개(59) 씨, 최아무개(58) 씨 등이다. 이밖에도 전현직 CR부문 임원 3명도 입건돼 모두 7명이 입건됐다.

김태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황 회장은 부인하지만, 경찰이 임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임원들이 회장에 보고했더니 (회장이) 수긍했고 일부는 필요조치까지 내렸다고 임원들이 진술한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나 정무위, 환경노동위원회 등 상임위 소속 위원을 대상으로 집중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 대장은 정치후원금을 받고 KT에 고맙다고 한 국회의원은 10명 내외이고, 반대로 아예 받기를 거부한 의원도 2~3명이었다고 답했다.

KT 내부에서는 또다시 부정부패 관련 수사로 CEO가 퇴진압박 받는 것에 동요하는 분위기다. KT 노동조합 중앙위원회 최장복 조직실장은 “불법 행위가 있다면 마땅한 조치가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고 경영진이 구속되고 확대 보도되는 것은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로서 리스크가 크다”며 “황 회장 포함해 전현직 경영진이 구속영장이 신청돼 직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현장에 있는 직원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황 회장도 어떤 형태로든 의혹을 해명했으면 한다. 노조도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황창규 KT 회장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환조사를 받기 하루전인 지난 4월17일  KT 광화문 사옥 표정. 사진=연합뉴스
▲ 황창규 KT 회장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환조사를 받기 하루전인 지난 4월17일 KT 광화문 사옥 표정. 사진=연합뉴스
황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난 뒤 자연인으로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KT 새노동조합은 이날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KT 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은 경영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보다는 온갖 정치 줄대기로 회사 공금을 최순실 재단, 국회 등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로비해왔다. 아무런 반성 없이 계속 교묘한 언론플레이로 피해자 행세하며 버티기로 일관했고, 그 결과 회사는 더욱 망가져왔다”고 비판했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의 비정상 경영을 행태를 견제해야할 이사회는 오히려 이를 방조함으로서 회사 경영의 불투명성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 결과 또 다시 회사 CEO의 잘못이 내부 절차가 아닌 외부 사정기관의 개입을 통해 정리되는 이른바 CEO리스크를 자초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KT 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이 즉각 회장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며 △KT이사회는 지금까지의 적폐경영 부역을 크게 반성하고 KT새노조의 면담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T 새노조는 또 검경을 향해 황창규의 KT 내부에 대한 위법 경영과 적폐경영 협력 임원들에 대해서도 단호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연용 KT 노동조합 본사본부 위원장은 18일 “6·13 선거 후 여당이 압도적인 힘을 부여받은 정세에 경찰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아닌가 생각되지만, 본질은 불법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황 회장은 당연히 빠른 시일안에 회사를 떠나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다수의 조합원들이 황 회장은 자격이 없다고 본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협력한 사실이 있고, 내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조조정 등 과거 행태만으로도 그렇다.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급변해 KT가 남북 통신 연결 국면에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함에도 황 회장이 강제수사를 받으면서 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KT 미래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연용 KT 노조 본사본부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 정연용 KT 노조 본사본부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KT 내부에 가장 큰 노동조합 조직인 KT 노동조합 중앙위원회는 검찰 수사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온도차를 보였다. 김해관 KT 노조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도 봐야 한다”며 “잘못한 게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 하지만, 본인의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의 이번 사건 수사를 두고 “우리 기업에서 그렇게 하는 곳이 KT 밖에 없겠느냐”며 “관행적으로 많이 해왔고, 조합을 한다는 사람조차 정치후원금을 제대로 안하고는 정치권과 연결안되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 이렇게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을 전반적으로 없앨 필요가 있다. 이제 뜯어고치는 시점이 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