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본사(대표이사 김형기)가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대표이사 왕정식)에 소속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본사 비판 글 삭제 등을 요청하자 경기남부취재본부(이하 경기남부)는 “회사가 개인 페이스북 게시글 삭제를 강제할 권리가 없다”는 해당 기자의 말을 인용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본사는 지난 8일 김경호 경기남부 취재국장이 페이스북에 본사를 비판한 게시글 삭제 요청 뿐 아니라 △SNS 게시글 작성자 및 최초 배포자 신원 확인 △사내 게시판 게시글 삭제 △본사 편집권 행사에 항의 방문한 6명의 기자 징계조치 △경기남부 취재본부 임직원의 이상 행동에 대한 본부 대표자의 공식사과 등도 요청했다.

[관련기사 : 뉴시스 본사, 경기남부에 ‘본사 항의 글’ 삭제 요청]

본사는 15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게 명예훼손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CMS 차단조치 및 본사와 경기남부취재본부의 분사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경기남부는 지난 14일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회사가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거절했다. 경기남부 취재기자들의 행동을 경영진이 막을 수 없다는 논리다.

▲ 뉴시스
▲ 뉴시스

경기남부는 김 국장 페이스북 게시글 삭제에 대해 “김 국장에게 삭제를 문의했으나 김 국장은 ‘페이스북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회사가 글 삭제를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남부 소속 한 기자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본사 비판 글 삭제 요구에 대해서도 경기남부 측은 “사내게시판은 본사는 물론 지역본부 소속 기자들 누구나 자유로운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김 국장이 해당 기자에게 자진 삭제토록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경기남부 취재기자 6명이 ‘경기도 교통정책 비판기사를 본사가 출고하지 않는다’며 본사에 항의 방문하자 본사는 해당 기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경기남부 측은 “기자들은 버스회사를 가업으로 하는 남경필 전 지사가 재임 시 이상한 버스행정을 한데 이어 최근 재임종료를 앞두고 버스행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며 “이것이 특정후보에 대한 비방이며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사진=노컷뉴스
▲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사진=노컷뉴스

경기남부측은 이번 사태를 두고 “남 전 지사 취임 초인 4년 전부터 기사를 작성했으나 본사가 번번이 기사 출고를 막아 온 상황에서 또 다시 기사 출고를 막자 벌어진 사태”라고 정의하며 “결국 귀사의 편집권 행사에 동의할 수 없는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편집국장 면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남부측은 또한 “경기남부는 비록 작은 조직이지만 철저히 독립된 편집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경기남부 기자들의 이의제기는 기자들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고 있다. 대표자가 사과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경기남부 대표자의 공식사과를 요구한 본사의 요구에 답했다. 

경기남부측의 이같은 입장으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본사에선 바로 강경한 조치로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본사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 브랜드로 계약을 맺고 기사를 작성해왔는데 단박에 우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긴 어렵다. 당장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명한 방식이 아니라는 판단에 끈기를 가지고 설득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시스 노사는 공정보도위원회를 열어 남 전 지사 기사가 출고되지 않은 건을 논의하고 있다. 언론노조 뉴시스지부 공정보도위원회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주 본사 전국부장의 입장을 들었고, 이번주 중에 경기남부 쪽 입장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보위 안건은 남 전 지사 비판기사를 출고하지 않은 게 적절했는가, 기사를 출고하지 않은 다른 배경이 있었는가 등 크게 두 가지다. 경기남부는 기사를 출고하지 않은 배경이 있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보위는 경기남부 쪽 입장을 들은 뒤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