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해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지만 부실 수사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검찰청은 17일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해 KEB하나·KB국민·BNK부산은행 등 임직원 1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2015년 신입직원 채용 당시 서류전형과 합숙면접, 임원면접에서 불합격한 사람들을 합격시키고 남녀비율을 차별해 채용한 혐의를 받은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을 검찰이 구속기소했다. 또 다른 하나은행 전 인사 부장은 지난 2016년 신입직원 채용 당 각 전형별 불합격 당사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은 KB국민은행 임직원 세명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국민은행 법인도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가장 많이 기소를 당한 은행은 부산은행으로 성세환 전 은행장 등 7명이 불구속되고, 3명이 구속기소됐다. 대구은행은 2명 구속 기소를 포함해 8명, 하나은행은 2명이 구속기소됐다.

채용 비리 실태를 보면 광주 은행의 경우 인사채용 총괄 임원이 면접에서 자신의 딸에게 최고점을 줘 합격시켰다. 부산은행은 경남발전여구원장 조문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딸 채용을 부탁해 점수를 조작했지만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합격규모를 늘려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기업 CEO를 빗겨갔다며 부실 수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종 책임자들을 그대로 두고 꼬리 자르기에 면죄부를 준 부실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고경영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조직적 범죄인데도 불구하고 면죄부를 줬다며 검찰 수사가 부실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범죄 정황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명백한 정황에 당사자를 무혐 처리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은행장을 겸하던 지주회장의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이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했다. (회)라고 메모된 채용청탁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최종합격으로 추천돼 있었다. 이렇게 확실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무능 아니면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녀 성비를 미리 결정하고 점수를 조작해 ‘성차별’ 채용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은행장과 지주회장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의 수사는 실제 업무를 수행한 실무자들만을 향했을 뿐 최종 책임자인 CEO들에게는 눈을 감았다”고 비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불구속 기소된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도 "구차하게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려 할 것이 아니라 전 직원과 고객에게 석고대죄하고 당장 은행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도 “기소를 면했다고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나대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피해갔을지 몰라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이 나라 모든 국민들이 다 아는 일”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