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저널리즘연구회(연구회)가 국내외 기사 892건을 분석한 결과 고품질 기사 비율이 뉴욕타임스는 55.6%, 반면 국내 일간지 1면에 게재된 기사 중 좋은 기사의 비중은 7.5%로 나타났다. 짧은 기사를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고, 기자들도 사안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연구자들은 기사를 짧게 쓰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회 소속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쓴 ‘신문과방송’ “좋은저널리즘연구회 《기사의 품질: 한국 일간지와 해외 유력지 비교 연구》 : ‘고품질 기사’ NYT는 100건 중 55건, 한국은 7건”을 보면 연구회는 2016년에 출고된 기사 중 국내 일간지 기사 694건, 뉴욕타임스 72건, 타임스 54건, 아사히신문 72건 등 총 892건을 PEJ가 제시한 기준으로 비교했다.

미국의 ‘우수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PEJ, 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에서 제시하는 고급 기사의 요건은 △취재원의 질을 판단하는 투명 취재원 4명 이상 △이해 당사자 4개 이상 △관점의 다양성(복합적 관점) 등이다.

한국 기사 짧고 정보량 적어

연구회는 국내 일간지 기사가 다른 국가 기사에 비해 짧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구체적으로 국내 기사는 평균 16개 문장으로 구성됐지만 뉴욕타임스 기사는 평균 68개 문장, 타임스는 27개로 나타났다. 연구회는 “국내 언론사의 경우 1면에서 다른 지면으로 이어지는 점프 기사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일간지와 해외유력지 기사유형 비율. 자료=신문과방송
▲ 한국일간지와 해외유력지 기사유형 비율. 자료=신문과방송

짧은 기사엔 등장하는 취재원이나 정보 양이 적을 가능성이 크고 스트레이트 기사일 확률이 높으며 분석기사나 해설기사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연구회는 지적했다. 연구회는 “국내 언론사의 경우 특정 이슈를 다루면서 원인·과정·결과·전망까지 종합적으로 다룬 기사의 비중이 4.5%에 불과했지만 뉴욕타임스는 19%, 타임스는 13%, 아사히신문도 14%”라고 지적했다.

신뢰할만한 취재원 적어

연구회는 한국 기사의 취재원 수가 적고 질도 낮다고 지적했다. 어떤 취재원의 정보를 전달하는지에 따라 뉴스 가치가 달라진다. 특히 연구회는 투명 취재원(실명 취재원)일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며 투명 취재원을 비교했다. 국내 언론사는 투명 취재원 수가 기사당 2.6개였지만 뉴욕타임스는 8.4개, 타임스는 4.3개, 아사히신문도 3.8개로 나타났다. 기사의 토대가 되는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이 실명이 아닌 기사가 한국 언론은 8.4%였지만 뉴욕타임스는 전혀 없었다.

연구회는 취재원의 독립성도 중요하게 봤다. 취재원이 기사의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므로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아야 더 좋은 취재원이라는 뜻이다. 연구 결과 기사에 사용된 독립 취재원의 경우 국내 언론사는 평균 0.6개였지만 뉴욕타임스는 4.24개, 타임스는 2.22개, 아사히신문은 0.8개였다.

또한 국내 언론은 일반 시민을 취재원으로 활용하는 정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고 한다. 연구결과 일반인 취재원이 포함되지 않은 기사 비중이 국내 언론사의 경우 93%였지만 뉴욕타임스는 66.7%로 나타났다.

단독기사 비중도 비교했다. 국내 기사의 경우 공개된 정보와 재가공 정보가 89% 가까이 이르고 단독 정보는 11.5%였지만 뉴욕타임스는 재가공 정보가 12.5%, 단독 정보는 84.7%라고 나타났다. 따라서 신문이 인터넷 뉴스보다 더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한국 신문이 위기에 처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변화하는 환경 탓도 있지만 신문사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의미다.

▲ 국내일간지와 뉴욕타임스 단독기사 비교. 자료=신문과방송
▲ 국내일간지와 뉴욕타임스 단독기사 비교. 자료=신문과방송

기사에서 다양한 입장을 담았는지도 중요하다. 연구회는 언론이 기사에서 최대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다뤄야 한다고 봤다. 연구 결과 국내 일간지의 이해 당사자 수는 기사당 평균 2.6개였지만 뉴욕타임스는 7.7개, 타임스는 3.9개, 아사히신문은 3.1개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기사 중 ‘복합적 관점’의 기사는 17%였고 뉴욕타임스 기사는 58.3%, 타임스는 40.7%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만 국내 신문사보다 낮은 13.9%였다.

연구회는 익명의 부정적 주장 인용, 인용구의 주관적 술어 사용, 피동형 문장, 제목의 직접 인용구 사용 등 오래전부터 지적한 사안도 살펴봤다.

익명을 이용한 부정적 보도는 기자가 존재하지 않는 취재원을 이용해 자신의 주관을 반영할 수 있어 학계나 뉴욕타임스 등에서 금기시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 결과 국내 일간지는 기사당 평균 0.32개의 부정적 익명 인용구를 사용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부정적 인용구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 익명을 이용한 부정적 보도. 자료=신문과방송
▲ 익명을 이용한 부정적 보도. 자료=신문과방송

인용구에 “~라고 압박했다, 강변했다” 등의 주관적인 서술어를 쓴 것은 기자의 판단을 반영한 표현이라 미국 교과서에서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연구 결과 주관적 술어의 사용 개수는 국내 일간지는 기사당 평균 1.4개, 뉴욕타임스 1.2개, 타임스 0.72개, 아사히는 0.85개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대상 중 주관적 술어를 사용한 기사의 비중은 국내 일간지가 61%로 뉴욕타임스(50%), 타임스(46%), 아사히신문(4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된다, ~로 알려졌다” 등 말한 주체를 확인할 수 없는 ‘무주체 피동형 문장’도 국내 기사에 많았다. 연구 결과 무주체 피동형 문장은 국내 일간지가 기사당 1.19개, 아사히신문 0.82개로 나타났지만 뉴욕타임스와 타임스는 모두 0건이었다.

연구회는 취재원의 발언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제목의 직접 인용구 사용’을 “갈수록 심해지는 부정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취재원의 특정 발언을 제목으로 뽑을 경우 기사 전체 내용을 포괄하지 못하고 취재원의 발언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연구 결과 국내 언론사 기사 중 59.1%가 취재원의 발언을 직접 인용해 제목으로 사용했지만 뉴욕타임스는 2.8%(1건)에 불과했고 타임스는 한 건도 없었고, 아사히신문은 1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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