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걷고 있는 장면을 담은 판문점 선언 지지 시민 광고을 최종 불승인했다. 대학생겨레하나(이하 겨레하나)는 시민 200여명의 모금을 모아 판문점 선언 지지 시민광고 시안을 제작해 8일 서울교통공사에 광고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광고자율심의기구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겨레하나는 광고시안 수정을 거쳐 다시 제출했는데도 공사는 광고를 승인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8일 외부인사로 학계와 광고분야 외부인사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불승인으로 결론 냈다.

겨레하나는 서울교통공사와 광고 문제로 논의하던 중 담당자자 “자유한국당 항의가 예상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발해왔다. 시민이 참여한 정당한 광고에 대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부당하게 광고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위장 평화쇼’라고 비난해왔다.

서울교통공사가 광고대행사에 보낸 “남북정상회담 광고물 심의결과 알림” 공문에 따르면 공사는 두가지 조건을 걸어 광고를 승인하지 않았다. 공문에는 “남북정상회담 광고물 게재와 관련하여 그동안 해당 도안에 대해 내부 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수정안 심의 등을 진행해왔다”며 광고를 수정할 것을 의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인물이 담긴 도안은 상징성을 담은 이미지로 교체할 것”, “의견광고임을 표시하는 문구를 현재보다 더 크게 잘 보이도로 할 것”이라며 수정 의결 내용을 권고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어간 사진을 넣어 광고하는 걸 부적절하다고 한 셈이다.

대학생겨레하나가 제작한 광고 시안은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를 함께 걷는 모습이다. 대학생겨레하나 이하나 정책국장은 “지난달 8일 서울교통공사와 연락했을 때부터 담당자가 남북 정상 사진을 싣는 게 좀 그렇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건 아니었다고 부인했는데 결국 광고에서 남북정상 사진을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광고 승인 과정에서 한국광고자율기구는 사진의 저작권을 문제 삼아서 공동취재단에서 제공받은 것이라고 밝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제기하자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공적인 사안에서 초상권 침해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해 수용됐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쳤음에도 서울교통공사 측이 최종 광고를 불승인했다고 밝혔다.

▲ 대학생겨레하나 측이 시민들의 모금을 모아 제작한 판문점 선언 지지 시민광고 시안.
▲ 대학생겨레하나 측이 시민들의 모금을 모아 제작한 판문점 선언 지지 시민광고 시안.

이 국장은 “광고에 나온 ‘남북이 만나 세상에 둘도 없는 길동무가 되었습니다’라는 문구도 확정적이며 단정적인 표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해당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학생겨레하나는 서울교통공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트집을 잡아 광고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광고 시안을 15일 서울시청광장에 설치했다.

판문점 선언 시민광고를 사실상 거부한 서울교통공사 측 행정에 대한 항의성 퍼포먼스다. 겨레하나 측은 광고 시안을 광장에 설치하고 “이 광고, 지하철역에는 실을 수 없나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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