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및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15일 신문에선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보수성향의 야당을 외면한 민심을 다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뿐 아니라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4일 대표직을 내려놨고,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1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낡은 보수에 내린 ‘퇴장 명령’”
국민일보 “씁쓸한 퇴장”
동아일보 “‘보수 심장’ 강남·대구 ‘구태 보수’ 심판했다”
서울신문 “文대통령, 한미훈련 중단 시사”
세계일보 “말로만 ‘성찰·혁신’…국민 신뢰 못 얻는다”
조선일보 “韓美국방, UFG 훈련 연기 추진”
중앙일보 “시대 뒤떨어진 보수 국민에게 쫓겨났다”
한겨레 “등돌린 강남 보수 ‘이번엔 한국당 도저히 못 찍겠더라’”
한국일보 “인물·비전 없이 자멸…보수 ‘비상구’가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는 17개 단체장 중 한국당은 2개만 얻어 TK(대구·경북)당이 됐다. 서울 강남구청장 선거도 민주당에게 졌다. 한국일보는 “현실을 외면했던 외눈박이 지도부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그간의 행보를 반추하면 한국당의 붕괴는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만평
▲ 15일자 경향신문 만평

한국일보는 이번 지방선거가 촛불집회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에 “이번 선거의 민심은 촛불시민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며 “그런데 한국당이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 동반자들의 인적 청산을 전혀 하지 못하고 책임지기를 거부하자 주권자들이 표로 물러나게 한 셈”이라고 말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국제 정세가 변하는 가운데 극우 반공 이데올로기를 고집한 것도 민심이반의 원인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한국일보에 “시대 흐름을 외면한데 반공 이데올로기로 일관한 세력을 누가 인정하려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국당은 선거 과정에서도 민심을 읽지 못했다. 한국일보는 “귀를 닫아걸고 자신들이 듣고 싶은 잣대로만 선거를 치르려 했던 것도 패착”이라며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유독 외부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비판하는 언론기사를 골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고, 심지어 특정 언론의 당 출입을 금지하는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을 노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종편 MBN을 출입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니 공천과정도 쉽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주요 지역에 홍정욱 전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등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이들은 모두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당시 이들이 당을 외면하는 이유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원인을 파고들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한국당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홍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당을 수습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내에선 쇄신방향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도 터져 나왔지만 지도부만 교체하는 미봉책으로는 민심을 돌릴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계개편 가능성도 나온다. 사퇴한 김태흠 최고위원은 “한국당이라는 낡고 무너진 집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바른미래당 등과 정계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15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 15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당 지도부만 교체하는 개혁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신문은 “극우반공·박정희식 개발독재 노선, 권위주의적 문화 등 한국당 기본 뿌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철학의 부재’는 보수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며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흔든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88만원 세대, 흙수저 등의 이슈는 전부 진보 진영에서 내놓은 화두”라고 했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에서 보수 텃밭이던 서울 강남구의 민심을 들여다봤다. 오랜 한국당 지지자였던 김아무개씨는 이번에 민주당 소속인 정순균 강남구청장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그는 한겨레에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며 “공약이나 정책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겪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막말’만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찍어줄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선일보도 한국당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 신문은 사설 “野, 2년 뒤 총선 때 의원 전원 교체 각오로 바꿀 수 있나”에서 “대통령 지지율과 미북회담만으로 이런 궤멸적 패배를 설명할 수 없다”며 “1차적 원인은 박 전 대통령이 남긴 그늘이 아직 걷히지 않고 있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친박, 비박 싸움이 없어진 자리에 친홍, 반홍 싸움이 이어졌다. 북핵 문제는 급변하는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정쟁식 대응만 거듭했다”며 “언행은 국민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엉뚱한 막말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결과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고 6·13으로 확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내부 자정에 실패한 것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특이한 것은 당이 이렇게 망가지는데도 소속 국회의원 중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고 개혁하고자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113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 예외 없이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지 놀라울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희생’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한국당에선 ‘어떻게 바꾸자’는 등 소리가 나올 것인데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식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이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만 살피면 된다”며 “2년 뒤 총선에서 의원 전원을 바꾼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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