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자유한국당의 궤멸은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지역의 보수텃밭 강남벨트 붕괴에도 나타났다.

강남구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 이래 한번도 민주당 등 범야권 후보가 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처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23년 만이다. 송파구도 3~6회 지방선거에서 모두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가 차지했으나 이번에 20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서울 강남구청장 선거 개표결과 정순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6.1%(12만928표)를 얻어 장영철 자유한국당 후보(40.8%, 10만7014표)를 5.3%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김상채 바른미래당 후보(9.66%, 2만5366표)와 무소속 김광종 후보(1.76%, 4636표), 이주영 녹색당 후보 (1.68%, 4431표)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송파구청장 선거에서 박성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7.04%(19만5055표)를 얻어 자유한국당 박춘희 후보(37.39%, 12만7882표)와 전익정 바른미래당 후보(5.55%, 1만9002표)를 크게 앞선 채 당선됐다.

서울 서초구청장은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1%(9만2154표)를 얻었지만 현역 구청장인 조은희 자유한국당 후보(52.38%, 11만7542표)에 밀려 낙선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자는 이번 선거결과를 강남의 정치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당선자는 14일 “강남지역에서 보수 일당의 장기집권으로 쌓인 주민들 피곤증과 바꿔보자는 열망이 표심으로 모아져 첫 민주당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자(더불어민주당)가 14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선거사무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자(더불어민주당)가 14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선거사무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정 당선자는 민주당 강남구청장 당선 요인을 “첫째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강남구민에게 전쟁 공포를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신연희 전 구청장이 기대이하 행정으로 강남 발전 정체를 들었고, 세 번째로 “민주당이 구색맞추기 후보를 넘어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세워 승기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도 “강남 성향이 변했다기 보다는 야당 몰락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야당이 이렇게 몰락한 적이 없었다. 홍준표 대표가 다 까먹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보수 유권자도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은 잘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박성수 송파구청장 당선자(더불어민주당)가 지난 13일 밤 당선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성수 블로그
▲ 박성수 송파구청장 당선자(더불어민주당)가 지난 13일 밤 당선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성수 블로그
정순균 당선자는 향후 강남의 변화에 “강남은 화려하지만 졸부라고 각인돼 있다. 강남 사는 게 자랑이지만 백안시 당한다. 존경받고 품격있는 도시로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14일 오후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자와 일문일답 요지이다.

-이곳 주민들은 왜 23년 간 범야권 구청장을 선택하지 않았나?

“강남은 보수의 텃밭, 보수의 아성으로 인식돼 왔다. 웬만한 후보를 내는 것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보수정당 구청장이 선출이 반복됐다. 민주당쪽에선 계속 구색맞추는 후보를 내 늘 지는 게임을 했다.”

-이곳은 왜 보수의 텃밭이고 아성인가.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이 많고, 강남구를 일군 이들의 상당수가 영남쪽 인사라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영남을 기반으로하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보수의 텃밭이자 아성이 되어 현실에서도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승리의 요인은 아무리 보수의 아성인 강남이라도 찍어줄 수 없을 정도로 자유한국당이 이미 궤멸됐고, 이런 표심이 전국에 걸쳐 나타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구속, 홍준표의 막말 파동 등 보수정당의 궤멸에 따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이탈현상이 있었다. 자유한국당 장영철 후보가 전략공천으로 낙하산으로 오면서 당내에서 반발하는 등 내부 이탈 및 분열 조짐을 보인다. 이런 요인이 모아져서 강남에서조차 보수당의 패배를 가져왔다고 본다.”

-여론조사 결과 보다 격차가 의외로 많이 좁혀졌는데.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는 14~15% 정도 격차가 났고, 실제 선거운동에서도 주민들에게는 이제는 바꿔보자는 그런 열망이 있었다. 그런데 선거운동 막판에 보수 결집이 있었던 것 같다. 5.3%포인트 차이가 났다. 보수 결집도 전체적인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이 지역의 서울시장 득표현황은 박원순 후보(40.8%)가 가장 높았지만 김문수(33.1%)와 안철수(22.3%) 후보를 합치면 야당표가 과반이었는데.

“우리 와이프가 경남 거창 출신이이어서 인적 네트워크가 보수층이다. 도곡동 압구정동 청담동 주민들이 전략투표 많이 했다고 한다. 구청장은 나를 찍고, 시장은 김문수 찍는 전략투표였다. 재건축 문제 탓에 박원순 시장 지지층이 낮다. 이 때문에 난생 처음 구청장 민주당구청장 후보 찍었다는 주민들이 많았다.”

-송파의 경우 큰 격차로 민주당이 승리했고, 서초구는 자유한국당이 승리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송파는 민주당세가 비교적 강하다. 2016년 총선에서 최명길 남인순 의원이 당선됐고, 1, 2회 지방선거에 김성순 전 의원이 송파구청장을 두차례나 했다. 서초는 보수세가 강고하다. 강남보다 더하다. 강남 주민의 성향은 오픈 마인드가 있고, 개방형 보수인 반면, 서초는 폐쇄형 보수이다. ”

-민주당 강남구청장 배출로 강남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 보는가.

“재건축 문제에서 서울시와 소통을 잘 해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재건축 문제를 원활히 풀어서 재산권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가겠다. 강남을 존경받고 품격있는 도시로 바꾸고 싶다.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와 교육도 젊은이들이 부러워하고 꿈꾸는 도시, 무엇보다 사람향기가 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 베풀고 품어안는 방향 사람향기는 동네로 탈바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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