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으로 시작해 이재명으로 끝난 선거보도였다. 두 보도의 특징은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선거 전까지는 입증되기가 힘든 사실에 관련한 보도로, 언론은 진실을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진실과 관련되지 않은 작은 일 하나하나를 보도했다. 두 이슈로 거의 모든 선거보도가 장악되다시피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의 특징을 ‘드루킹’과 ‘이재명 스캔들’이 장악했다고 봤다. 실제 2018년 전국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가 선거직전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종편과 방송 뉴스가 선거보도에 이재명 스캔들 아이템을 쏟아냈다.

TV조선은 ‘이재명 스캔들’만 3일간 128분을 방송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이 비중이 TV조선의 전체 선거방송 중 82%에 달한다고 했다. 채널A는 전체 선거방송의 61.3%가 ‘이재명 스캔들’ 관련 방송이었다. MBN은 이재명 스캔들이 선거방송의 40%를 차지했다. JTBC는 22.4%였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선거방송의 34.8%를 이재명 스캔들에 할애했고, 연합뉴스TV는 27.9%의 비율로 스캔들을 다뤘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사우동 사거리에서 유세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사우동 사거리에서 유세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미디어감시연대는 언론이 이재명 스캔들을 다루는 방식도 지적했다.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들 주장이 진짜인지 입증하려는 노력보다 스캔들 당사자와 그 주변인의 SNS를 퍼 나르는데 그쳤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관련된 선거 보도는 당내 경선부터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는 유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트윗을 꾸준히 올렸는데, 그 주인이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라는 의혹)부터 시작해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형수 욕설 음성파일’,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제기한 김부선 배우와 스캔들까지 이어졌다. 정책보다는 네거티브 위주의 선거 공방이었다. 물론 이런 보도는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언론은 상대후보가 제기한 네거티브만 그대로 옮겼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보도경향은 여권에 불리한 이슈를 종편들이 크게 보도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선거 후반 종편이 ‘이재명 스캔들’로 뒤덮인 건 선거 초반 ‘드루킹 사건’이 촉발된 시기에 선거보도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선거 사흘 남긴 6월 8~10일까지, 종편‧보도채널의 선거방송 비중은 바로 직전 기간(6월 1~7일)보다 7% 상승해서 총 방송 비중 중 선거방송의 비중이 33.9%로 올라섰다. 선거방송 비중이 가장 컸던 또 다른 시기가 드루킹 사건이 촉발된 직후인 4월 14~30일까지, 2주간(당시 6개 방송사 선거방송 비중은 36~37%)이었다. 미디어감시연대도 “방송사가 드루킹 사건처럼 여당에 불리한 대형 논란이 불거질 때, 선거방송 비중을 높여왔다”고 지적했다.

▲ 4~6월 종편‧보도채널의 선거 방송 비중 변화 ⓒ민주언론시민연합
▲ 4~6월 종편‧보도채널의 선거 방송 비중 변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 선거 보도에 정책보도가 드물다고 느끼게 한 또다른 요소는 JTBC의 토론회 무산이다. JTBC는 6월 4~5일 예정한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와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JTBC는 ‘취재설명서’라는 기사로 바른미래당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토론회에 각각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서 토론회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바른미래당은 이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은 정책 선거를 견인하기 위해 토론회를 주최할 의무가 있고, 후보가 오지 않으면 공석으로 비워둬서 어떤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는지 그대로 보여주면서 후보에게 부담을 줬어야 했다. 언론의 역할인 선거방송 토론회를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이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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